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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E로 논술 잡기] 1. 신문과 논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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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문은 학습에 두루 유용한 살아있는 교과서다. 지난달 8일 학교 강당에서 'NIE와 논술' 특강을 듣고 있는 충북 청주대성고 학생들. [중앙포토]

▶ 초등학생들이 방과 후에 모둠을 지어 논술 지도를 받고 있다.

교육인적자원부가 최근 학생들의 종합적 사고력과 창의력을 키우기 위해 NIE(신문활용교육) 등 다양한 교수·학습 방법을 확산시켜 나가기로 했다. 이것은 기존의 교실 수업 방법이 지식 전달 위주로 이뤄져 논리적 사고력을 키우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이를 계기로 신문을 활용해 논리적으로 생각하고 쓰는 능력을 기르는 방법을 네 차례에 걸쳐 싣는다.

◆NIE와 논술=1972년 10월 13일 오후, 우루과이대학 럭비팀 45명을 태운 칠레행 항공기가 해발 3500m의 안데스산맥에 추락한다. 13명이 그 자리에서 죽고, 생존자들은 혹독한 추위 속에서 굶주림과 싸우며 구조를 기다리지만 식량마저 떨어진다. 살아남으려면 죽은 동료와 가족들의 인육을 먹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극한 상황에서도 몇은 먹을 수 없다고 버티다 죽는다. 결국 인육을 먹으며 목숨을 부지한 16명만 72일 만에 구조된다.

그렇다면 생존을 위해 인육을 먹는 행위는 도덕적으로 정당한가? 현대 생활은 이렇듯 가치가 양립하지만 어느 한쪽을 선택해야 하는 결정의 연속이다.

논술도 마찬가지다. 의견이 분분한 주제에 대해 과거는 물론 동시대를 살아가는 다른 사람의 생각을 공유하고, 내 생각을 논리적으로 설득하는 과정인 것이다.

신문은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가장 필요하고 정제된 정보의 보고요, 오랜 기간 진화한 표현 수단의 정수(기사.사진.만화.광고 등)가 망라된 백과사전이다. 또 다양한 주제에 관련된 문제 발생부터 해결 과정까지 보여주며, 논리적인 글이 풍부하다. 그래서 신문은 자체로 '살아있는 논술 교과서'가 되는 것이다.

◆논술이란=논술은 주어진 주제에서 문제를 발견해 논리적 과정을 통해 해결하고, 그 결과를 언어로 서술하는 활동이다. 즉, 주제를 잘 살펴 이해한 뒤 자신의 생각을 논리적으로 적은 글이다. 따라서 자신의 생각을 조리있게 표현할 수 있을 정도의 어휘력과 문장력만 갖추면 된다.

논술은 자신의 견해가 분명하게 드러나게 쓰되 주장에 머물러서는 안 되고, 논증하는 절차가 꼭 따라야 한다. 논증이란 사물의 옳고 그름을 밝히는 일이다. 논증에선 논리적인 근거를 내세워 분명하게 확증시키는 일이 중요하다.

논리란 한 마디로 추론이다. 가족끼리 주말에 야구 게임을 보러 가기로 했는데, 아들이 밖에서 들어오며 "아빠, 소나기가 쏟아지는데요. 그럼 오늘 야구 게임은 취소되겠죠?"라고 묻는다. 이 말을 들은 아빠가 문을 열고 밖을 내다보면서 "정말 소나기가 내리기 시작했는 걸"이라고 말을 받는다. 아들은 "그럼 게임은 취소되겠네요"라며 실망한다. 대화를 정리하면 "소나기가 오면 야구 게임은 취소된다. 소나기가 온다. 따라서 게임은 취소된다"로 압축된다. 이것이 추론이다. 논리가 추론이라고 정의하면 생활에서 늘 하는 사고 활동이며, 행동을 결정하는 요인이기도 하다.

◆논술 시험의 주제='항공사 노조 파업 장기화 안된다'등은 신문의 사설 제목이 될 수는 있지만, 학생들에게 이처럼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특정 사안을 논술하라고 할 수는 없다.

이런 문제를 논술 주제로 낸다면 '사적 이익 추구에서 공동체 의식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방안을 논술하라'라고 출제할 수 있다. 즉, 그 사건을 포괄하는 보편적인 문제를 들되, 수험생들이 생활에서 체험했던 내용을 사례로 제시해 문제를 해결해 나가도록 하는 유형이 적합하다.

논술 주제는 개별 지식보다는 의견이 분분해 정답은 없지만 삶에서 아주 중요한 문제들이 적당하다. 전체적으로 볼 때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기 위해 해결해야 하는 자유.평등.정의에 해당하는 문제, 개인.계층.지역.국가간 갈등 원인과 이를 해결할 방안을 묻는 공동체 원리의 문제, 종교.환경 문제, 사익과 공익이 충돌하는 이율배반의 문제 등이 적합하다. 이들 문제에 대한 대안을 묻는 문제도 들 수 있다.

이태종 NIE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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