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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 MBC '굳세어라 금순아' 한혜진을 만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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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오래 걸렸다. MBC 일일극 ‘굳세어라 금순아’의 주인공 한혜진(24)을 만나기란 쉽지 않았다. 스타가 되면 인터뷰의 중심에 서 있게 마련이다. 자기를 홍보하고픈 유혹도 받는다. 그런데 그는 거꾸로 문을 닫았다. 모든 개인 인터뷰를 거절해 왔다. 때문에 그에 대해 궁금해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이런 그를 15일 오후 만났다. 서울 흑석동 중앙대병원 촬영 현장이다.

"죄송해요. 일부러 그런 건 아니에요. 워낙 정신이 없어서요. 일주일에 6일을 촬영하거든요. 한번 나가면 새벽 4시가 넘어야 끝나고요. 10월 초 종영 때까지만 봐 주세요."

요즘 한혜진이 MBC를 먹여 살린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시청률 1위인 '굳세어라 금순아'를 빼면 시청률 20위권 내에 제대로 드는 작품이 없는 게 MBC의 현실이다. 최문순 사장이 두 번이나 촬영장을 찾은 것도 당연한 일일지 모른다. 게다가 투자로 치면 대박이 아니던가. 한씨에 따르면 그의 출연료는 회당 50만원선이다. 요즘 A급 스타의 출연료가 회당 2000만원까지 치솟은 점을 감안할 때 MBC가 절약 하나는 확실하게 한 셈이다.

"다음번에 올려 주시면 되죠, 뭐. 사실 제가 받는 것도 큰 돈인 걸요. 그리고 돈이 문제가 아니에요. 좋은 드라마에 출연할 수 있었으니까요."

한혜진이 연기하는 '금순'은 외형적으론 박복한 인물이다. 할머니 품에서 힘들게 자랐고, 결혼한 지 며칠 만에 사고로 남편을 잃었다. 유복자를 키우며 살고 있다. 그러나 어려운 환경에도 '굳세고 씩씩하게' 살아간다. 이 점에 시청자들은 열광한다. 여기에 친모에 대한 장기 기증 논란, 의사 재희(강지환)와의 로맨스가 얽히면서 재미를 더해간다.

"캐스팅된 지 1주일 만에 촬영에 들어갔어요. 제가 캐스팅 1순위가 아니었던 것도 알고 있어요. 하지만 무슨 상관 있나요? 확실한 제 작품을 찾았는데요. 몸도 마음도 힘들지만 보람 있어요."

많은 시청자들이 한혜진을 '반짝 스타'로 안다. 하지만 사실이 아니다. 그는 2002년 한.일 합작 드라마 '프렌즈'로 처음 얼굴을 선보였다. 이어 '로망스''어사 박문수''영웅시대''1%의 어떤 것' 등 10편의 드라마에 출연했다. 지난해에는 KBS 아침 드라마 '그대는 별'의 주연을 맡아 연말 연기대상 신인상도 받았다. 기회가 되면 앞으로 악역을 맡고 싶다고 한다.

"제가 낯선 건 그간 두드러진 연기를 못해서가 아닐까요? 사실 가슴앓이를 많이 했어요. 빨리 스타가 되고 싶어서요. 지금 생각해 보니 다양한 역할을 맡았던 게 자양분이 됐던 것 같아요."

그는 매사에 열심이다. 더 정확히 말해 악착이다. 대본을 손에서 놓지 않는다. 대본이 너덜너덜하다. 긴 대사를 하나도 틀리지 않게 외는 솜씨에 동료 배우들도 놀란다. "NG를 내면 에너지가 반으로 줄어든다"는 이유에서다. 방영 초에는 쌍콧물 연기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역할에 몰입하다 보니 콧물이 입에 들어가는 것도 모르고 찍었다. 연출자가 다시 가자고 했지만 그냥 밀어붙였다.

"중3 때부터 연기자가 되고 싶었어요. EBS에서 '중학기술산업'이란 프로그램을 6개월간 진행한 적이 있어요. 길거리에서 캐스팅됐거든요. TV에 나온 제 모습을 보며 꿈을 키워나갔죠. 지금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데…." 고등학교 땐 동창 송혜교도 있었다. 이미 SBS '순풍 산부인과'를 통해 유명인이 되었다. 솔직히 부러웠고,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극중 금순은 반듯하다. 사정은 어렵지만 쾌활하다. 정도 많다. 현실 속의 한혜진도 그렇다. 그는 강남 한복판에서 고등학교(은광여고)를 나왔지만, 넉넉지 못한 가정환경에서 자랐다. 부모님은 인천의 한 건설현장에서 밥집을 하고 계신다. 하지만 부끄럽게 생각해 본 적 없다. 무엇보다 다행인 건 부모님을 설득해 올해 일을 그만두시게 했다는 점이다. "부모님께 감사드린다. 효도하고 싶다"는 게 한혜진씨의 소망이다.

그는 연예인이지만 서민적이다. 대중교통 이용을 즐긴다. 집에 차가 없기 때문이다. 단, 비법이 있다. 버스 앞문 바로 뒷자리에 앉는다. 교통카드를 갖다 대느라 사람들이 잘 쳐다보지 않는다고 한다. 그렇다면 이제부터 그 자리를 눈여겨보자. 우리의 '금순이'가 빙그레 웃고 있을지 모르니까.

이상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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