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역사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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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저자 이우성교수는 고려시대의 사회경제사와 실학의 연구를 통하여 한국사학계에서 확고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이 책은 그 동안의 연구업적중 실학사상, 실학정립의 사호경제적 배경, 실학의 담당자로서의 근기학파의 형성, 실학의 개화사상에로의 발전에 징검다리로서 역할한 최한기, 발해·신라의 남북국시대실정문제, 몽고의 억압·무신정권 독재의 중압하에서의 문인의 동태, 고려에서 조선에로의 역성혁명을 담당한 사대부층의 역사적 역할과 성격, 조선에서 통치이데올로기화한 유교의 역사적 성격, 유학자로서 소중화의식에 매몰되지 않고 민족주체적 자세를 견지한 지식인의 갈등등 실로 다양한 주제에 대한 저자의 연구결과를 단행본으로 묶어 세상에 내놓은 것이다.
앞의 주제들은 시대적으로는 통일신라 말기부터 1960년의 4·19혁명에까지 걸쳐있다. 오랜 기간에 걸친 시대의 다양한 주제들에 대한 연구이기 때문에 얼핏 보면 체계가 없는것 같이도 보인다. 그러나 내용상에 있어서 통일적인체계와 일관된 주제·관심이 관류하고 있다.
첫째 한국사의 변혁의 시대, 전환기에 있어서의 한국인의 주체적행동과 사상의 모습에 대한 추적으로 일관되어 있고, 따라서 한국사를 변혁하는 한국인의 역사변혁자로서의 고뇌에 대한 탐색으로 체계화되어 있다.
이러한 일관성과 체계성은 역사 연구자로서의「나」의 주체를 역사추진의 주체에 통일시킴으로써 역사학을 현실을 타개하는 창조적이며 능동적인 학문으로 정립하려는 저자의 학문적 자세의 결과이기도하다.
둘째는 한국사의 변혁기에 있어서의 지식인의 존재양식에 많은 관심이 기울여지고 있다.
특히 현실의 비판으로부터 복고적인 방향이 아니라 서민의 세계를 향하여 새로운 의식세계를 확대하여 나아가는 지식인의 의식세계가 끈질기게 추적되고 있다. 앞에서와 같은 특징에 의하여 이책은 한국사에 있어 새 역사의 변혁, 서민의 세계, 그리고 지식인, 이들 삼자 사이의 유기적 관련성의 진실을 우리들에게 깊이 있게 보여주고있다.<창작과비평사간·3백85폐이지·4천원>
정창열<전한양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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