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종금 의혹 수사] 로비 종착점으로 표적 이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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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검찰의 나라종금 퇴출 저지 로비 의혹 재수사가 이용근 전 금감위원장 사법처리라는 월척(越尺)을 낚게 됐다.

금융기관의 구조조정 업무를 맡아 '금융계 검찰'이란 말을 들어온 금감위다. 그 기관의 전직 수장(首長)이 사법처리됨에 따라 국면은 확 달라졌다.

사실 금감위는 1998~2000년 나라종금의 운명을 쥐고 있었다. 당시 나라종금 대주주인 김호준 전 보성그룹 회장 측이 퇴출 저지 로비를 했다면 최종 목적지는 금감위가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검찰은 李씨가 이 기간에 금감위 상임위원과 부위원장.위원장 등 핵심 요직에 있었던 점에 주목하고 있다.

李씨가 안상태 전 나라종금 사장으로부터 돈을 받고 나라종금에 유리한 지시를 했음이 수사에서 확인될 경우 사실상 로비의 실체가 드러나는 셈이 된다. 이른바 '몸통'으로의 접근이다. 2000년 공적자금 비리에 대한 검찰의 1차 수사 때와 비교하면 상당한 성과다.

나라종금은 李씨가 금감위원장으로 있던 2000년 1월 2차 영업 정지되고 같은 해 5월 퇴출됐다. 따라서 결과적으로 로비에 성공한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97년 11월 1차 영업정지된 나라종금이 98년 5월 영업을 재개한 뒤 1년7개월간 영업을 지속하는 과정에서 금감위와 금감원이 나라종금의 비위를 눈감아줬을 가능성은 남아 있다.

금감위나 금감원 등과 관련돼 제기되는 의혹은 크게 세가지다.

첫째, 영업 재개를 허용한 부분이다. 98년 5월 나라종금이 다른 기업에 돈을 빌려주고 이를 증자 대금으로 납입받는 방식으로 5백억원의 편법증자를 하고 6백억원의 손실을 은폐했지만, 금감위가 이를 확인하지 않았다.

감사원도 2001년 공적자금 특감에서 "금감위의 판단 착오와 업무 태만으로 이같은 사실을 적발하지 못해 2조3천억원의 공적자금이 추가 투입됐다"고 지적했다.

둘째, 나라종금이 보성그룹 계열사에 4천억원의 불법 대출을 했는데도 감독 업무를 맡은 금감원이 이를 포착하지 못하는 등 감독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의혹이다.

셋째는 정보통신부와 신용보증기금 등 72개 정부기관.정부투자기관이 98년 5월~2000년 1월 나라종금에 2조9백억원을 예치한 부분이다.

이와 관련, 최근 자민련 조희욱 의원은 "전직 대통령의 친인척과 고위층의 압력으로 나라종금이 거액의 예금유치를 할 수 있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김원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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