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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는 언제 만드냐고? 바쁘니까 더 잘 나와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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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매주 일요일 밤 방송되는 JTBC 심리토크쇼 ‘속사정 쌀롱’(아래 사진). 왼쪽부터 공동MC 장동민· 진중권· 윤종신, 게스트 유세윤·강용석, MC 강남. [사진 미스틱89·JTBC]

그만큼 분주한 이가 또 있을까. 데뷔 24년차인 가수·프로듀서, 김연우·하림·조정치·박지윤· 김예림 등이 소속된 기획사 미스틱89 대표, MC 겸 예능인 윤종신(45). 8년째 장기 진행 중인 MBC ‘라디오스타’에 이어 막 시즌 6를 마무리한 Mnet ‘수퍼스타K’ 심사위원, JTBC ‘속사정 쌀롱’ MC까지 맡고 있는 그다. 매월 신곡을 발표하는 ‘월간 윤종신’ 프로젝트를 이어온 지는 5년 가까이다. 2010년 3월 시작했으니 그간 60여곡을 발표했다. 콘서트 활동도 꾸준이 이어가고 있다.

 “생계를 해결해주는” 예능과 본업인 음악, 두 마리 토끼를 성공적으로 쫓은 셈이다. 요즘에야 당연한 일이지만 예능 속 가벼움이 감성파 뮤지션의 음악 세계를 갉아먹지 않은 첫 케이스이기도 하다. 그 왕성한 활동의 원천은 뭘까. JTBC ‘속사정 쌀롱’ 녹화장에서 만난 그는 곰살맞기 보다는 거두절미, 딱 할 말만 하는 스타일이었다.

 -JTBC는 첫 출연이다.

 “여운혁 CP와의 인연이 컸다. 패널 조합도 흥미로웠다. 평론가 진중권은 방송의 신천지 같은 분이고, 장동민과 강남은 요즘 한창 핫한 인물들이다. 내 역할은 이들을 잘 중재하는 것이다.”

 -심리토크쇼 포맷이 눈길을 끈다.

 “자료 화면 속 남의 심리를 보면서 내 심리를 돌아보게 되는 게 포인트 같다.”

 -예능 활동은 주로 토크쇼 MC에 집중된다.

 “얘기하고, 얘기를 통해 무언가 발견하는 걸 좋아해서 그런 것 같다. 토크쇼라는 게 사람을 알아가는 과정, 친해지는 과정을 보여주는 것이다. 출연자와 소통에 성공해 상대의 알맹이를 끄집어 낼 때, 또 다양한 인간류를 드러내 보여줄 때 묘미가 있다.”

JTBC 심리토크쇼 ‘속사정 쌀롱’ [사진 미스틱89·JTBC]

 -잘 안 풀리는 경우도 있을 텐데.

 “흔히 게스트 탓을 하는데, MC와 연출 책임이다. 퍼포머가 게스트 탓 하고, 창작자가 대중 탓 하는 거 꼴 사납다.”

 -역시 대표 프로는 ‘라디오 스타’다.

 “허점 보이기 싫어서 방어적이 된 출연자를 대신해 MC들이 무너지자, 욕 먹자고 나선 게 ‘라디오 스타’다. 새로운 MC상을 제시했다고 본다. MC는 욕먹어도 게스트는 빛난다.”

 -이번 ‘슈퍼스타 K’에서 싱어송라이터 곽진언이 우승한 것은 어떻게 보나.

 “몇 년전부터 아이돌 중심 음악에 변화가 있어왔다. 물론 메이저 아이돌 음악을 무조건 비판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 그들의 성취나 투자는 인정해야 한다. 음악이 살려면 일단 마켓 자체가 커져야 하고, 또 중심부의 변화만이 세상을 바꾼다. 주류가 강할 때 인디도 승한다. 인디·비주류가 계속 중심부를 건드려 중심부가 변화하는 게 답이다.”

 -내년이면 데뷔 25주년인데 특별한 행사는 없나.

 “그걸 기념하거나 돌아보는 것은 가수의 몫이 아니라 평론가 혹은 대중의 몫 아닐까. 창작자는 계속 만들어낼 뿐이다.”

 -자신의 음악을 어떻게 정의하나.

 “윤종신표 K팝? 단순한 악기 구성에 목소리가 강조된 음악이다. 주류 아티스트지만 비주류적 감성이 있다. 1000만 영화 한 편이 일등 먹는 거 보다 200~300만명 짜리 1등 10편 있는 게 훨씬 좋다. 음악과 문화의 춘추천국, 군웅할거 이런 걸 좋아한다.”

 -JTBC ‘히든 싱어’에 출연한 것을 보니 팬들과 거리감이 느껴지던데.

 “고마운 분들이지만 팬과 아티스트 사이엔 거리가 필수다. 창작자는 자기가 좋아하는 걸 하는 것이지 팬이 좋아하는 걸 하는 사람은 아니다. 창작하는 순간 만큼은 수용자를 잊어야 한다. 그들이 좋아할까 말까 생각하지 않고 자기가 하고픈 것을 해야 한다.”

 -그런데 창작하기에 너무 바쁜 일정 아닌가?

 “좌충우돌할 때 창작거리 생긴다. 후배들한테 그런다. 연습실에 틀어박혀 고독하게 기타만 친다고 뭐가 나오냐? 세상을 살아야 창작도 가능하다. 부처와 예수가 세상 속에 있는 것처럼 세상 속에, 현실 속에 진짜 예술가가 있다.” 

양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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