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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승민 기자의 '살림의 신'] 기억에 남는 유명인 스타일? 글쎄올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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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면

강승민 기자

프랑스 패션 디자이너 가브리엘 샤넬(1883~ 1971)은 명품 브랜드 ‘샤넬(Chanel)’의 창립자다. 1913년, 나이 스물 여섯에 패션계에 입문해 20세기 패션 역사의 한 장(章)을 화려한 이력으로 채웠다. 생몰연도에서 짐작할 수 있듯, 그는 현대 역사의 격동기를 살았다. 두 차례나 되는 세계 대전을 겪었다. 그러면서 세계 정치ㆍ경제 권력의 중심이 유럽에서 ‘신대륙’ 미국으로 이동하는 걸 지켜봤다. 이런 시기에 유럽과 미국을 오가며 왕성한 활동을 벌인 샤넬은 유명한 명언을 많이 남겼다.

‘패션은 사라지지만 스타일은 남는다(La mode passe, le style reste)’고 한 말도 지금까지 자주 인용되는 문구다. 뜻은 이렇다. 디자이너 샤넬은 자신이 창작한 것이 ‘스타일’이 되길 원했다. 한때 소비되고 마는 유행 패션에 그치길 원치 않았다. 한 철이 지나도, 시대를 넘어 기억되는 스타일을 창조하고 싶어했던 것이다. 스타일(style)은 우리말로 ‘양식(樣式)’ 쯤으로 번역한다. 특정 시대의 문학 사조나 건축 방법 같은 것이 큰 흐름을 이루면 ‘○○양식’ 등으로 불리게 된다. 예나 지금이나 패션 디자이너의 숙명은 철마다 다른 옷, 고객이 그때 그때 원하는 옷을 만드는 것이다. 고객 반응을 살펴 유행이다 싶으면 그런 옷을 제안하는 게 안전한 방법이다. 자신이 추구하는 아름다움만 고집해선 살아남기 힘든 직업이다. 그래서 샤넬 이전엔, 어떤 한 사람의 디자인이 전체 패션 흐름에서 뚜렷한 양식으로 자리 잡은 적이 거의 없었다. 한데 샤넬은 패션이 아니라 스타일로 남았다. 사람들은 이제 어디서건 ‘샤넬 스타일’을 알아 본다. 그리고 그의 이름을 건 브랜드는 100년 넘게 유지되고 있다.

연예인 등 유명인의 패션에 대중이 지금처럼 지대한 관심을 보인 적도 없었던 것 같다. 공항 패션이니, 결혼식 하객 패션이니 하며 이들 유명인이 입고 드는 모든 것에 관심을 표하는 시대다. 각종 매체는 이를 실시간으로 알리고 대중은 또 이를 열광적으로 소비한다. 그런데 그 중 우리 기억에 남는 누군가의 스타일이 있는가 자문한다면, 대답은 ‘글쎄’다. 대중의 추종을 자양분 삼아 크는 유명 연예인일지라도 자신이 어떤 누군가로 기억될지, 자신만의 개성 넘치는 스타일로 누군가의 뇌리에 새겨질지는 잊은 듯 하다. 가브리엘 샤넬처럼 한 유명인의 삶 전체가 특정 스타일로 불려지며 후대에도 기려진다면 얼마나 영광스러운 일일까. 그렇게까진 아니어도 뚜렷한 존재감을 남기길 원한다면 유행보다는 자신의 스타일을 각인시킬 방법을 찾는 것이 좋겠다.

강승민 기자

다음주 수요일(26일) 오후 6시 30분 JTBC 프리미엄 리빙쇼 ‘살림의 신’은 ‘라이프 스타일링의 신’ 편이다. MC 박지윤, ‘허당 주부’ 개그우먼 김효진, ‘여자보다 더 살림 잘하는 남자’ 가수 성대현, ‘똑똑한 살림꾼’ 방송인 설수현, 생활 속 최신 트렌드와 명품 살림법을 전하는 중앙일보 강승민 기자가 생활 전반의 멋을 살려 줄 고수 3인과 함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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