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박재홍… SK 8연승 상승세 '일등공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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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1번 타자."

9일 문학구장, 프로야구 SK와 LG의 경기가 끝나자 취재진들은 결승 3점 홈런을 친 박재홍(SK)에게 몰려들었다. 3경기 연속 홈런으로 팀 8연승의 주역인 그에게 쏟아진 질문은 "최근 경기에서 홈런이 많이 나오고 있다. 노리고 치나"와 같은 '슬러거'에 관한 것들이었다. 그러나 그의 대답은 다른 곳을 향해 있었다.

"나의 역할은 득점 기회를 만들어 주는 겁니다. 1번 타자로 나와 홈런 하나 때리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해요. 보시다시피 우리 팀에는 좋은 타자가 많잖아요. 나는 상을 차려 놓으면 그만이죠." 정말 그랬다. 1회 선두타자로 나온 박재홍은 우전 안타로 1루에 나간다. 2번 최익성 타선 때 2루를 훔쳤고, 4번 이호준의 적시타로 홈을 밟았다. 3회 다시 선두타자로 나온 박재홍은 좌전 안타로 출루했고, 다시 2루로 내달렸다. 하지만 도루는 아니었다. 최익성이 볼넷을 얻었기 때문이다. 박재홍은 경기가 끝난 뒤 "분명히 스타트를 끊었다"며 도루 시도를 확인해줬다. 그는 또 이호준의 적시타로 홈을 밟았다. 팀 타율 0.299가 보여주듯이 SK 타선은 8개 구단 중 최고다. 출루가 팀의 공격에 어떤 효과를 가져오는지 1번 타자 박재홍은 정확하게 알고 있었고, 그대로 실천했다.

"박재홍은 3할이 저항선이다." SK 관계자의 말이다. 올 시즌 그는 7월 12일 한화전에서 4타수 무안타에 그치면서 타율 0.299로 떨어진 적이 있다. 그러나 단 하루였다. 그날을 제외하면 한 번도 3할 밑으로 내려가지 않았다. 박재홍은 10일 현재 타율 0.307, 출루율 0.399, 장타율 0.497을 기록하고 있다.

박재홍은 7월 23일 롯데전에서 프로야구 최초로 300-300 클럽에 가입, '호타준족'의 대표적인 선수임을 입증했다.

한편 롯데는 2회 말 신명철의 만루홈런을 앞세워 꼴찌 기아를 6-4로 꺾었다. 이날 만루홈런은 올 시즌 36호째로 한 시즌 최다 그랜드슬램 타이 기록(2001.2004년)이다. 현대-두산, LG-SK, 삼성-한화 경기는 비로 취소됐다.

강인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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