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에 기울이신 정성 소금되어 길이 남으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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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여기는 아세아의 동방/ 고난의 오늘을 딛고 선 우리/애원과 기도소리에도/아물지 않는 금간 국토/동해의/파도소리만/계시 (啓示) 와도 같이 들리는 나라.
이렇게 시작된 「기원(祈願)」 을 남기시고 「돌아오지 않는 다리」가 아닌 먼 먼 나라로 가시고 말았다니 생사가 하늘에 달렸다지만 청천벽력이 아닐 수 없읍니다.
그렇게 여러해를 두고 강인하게 투병하셨지만 무심하게도 불러들이고 말았으니 어디다가 호소하며 무어라고 말끝을 잡아야할지 답답할 따름입니다.
선생의 가심은 비단 시조계에서 뿐만이 아니라 민족문화와 민족정신의 지주를 잃은 우리 모두의 아픔이 아닐 수 없습니다. 아직도 우리가 바라고 모셔서 시조창달은 물론이요 많은 뜻있는 일들을 보살펴 주실 것을 기대하였는테 이 아쉽고 안타까움을 어떻게 말과 글로 표현할수 있을까. 다만 멍하니 하늘을 우러러 선생의 건강하시면서도 인자하신 모습을 되새겨 볼뿐입니다.
선생은 1903년 10월22일 마산에서 출생하시어 연전과 와세다에서 수업하시고 1922년부터 시조를 짓기 시작하시어 l932년에는 그 첫 시조집인 「노산시조집」을 냈읍니다. 이 시조집에 담긴 「봄처녀」「성불사의밤」「금강에 살어리랏다」 「옛동산에 올라」 「가고파」등은 가곡으로도 작곡이되어 노래와 시로 오늘까지 우리의 심금을 울려주고 계시지 않습니까.육당 (六堂) 이 우리의 시조를 다시 짓기 시작한후 오늘의 시조동산을 꽃피게 하신 것은 오로지 선생의 주옥같은 시조작품들이 있어서 였읍니다.
선생은 지금까지 수천수의 시조을 남기셨지만 그 한편 한편이 시조의 본질을 작품으로 보여주셨고 또 국토자연과 민족을 아끼고 사랑하시는 충정이 가득 차 있음을 읽을 수 있어서 읽는 이들에게 한결 같이 애국애족의 마음을 불어넣어주신 것입니다. 마지막 시조집인 「기원」은 그 정수들을 모아담아 주셔서 참으로 불후 (不朽) 의 선물이며 애족애국심의 보전(寶典)이라고 할 수있읍니다.
많은 다른 업적들은 다른 분들이 말씀하실 것이기에 필자는 오직 시조에대한 공로마을 적는 것입니다. 선생은 한국시조작가협회가 발족한 후2대회장부터 12년간을 전국시조인을 위하여 애써주셨고 「전국 민족시백일장」 을 열어 많은 신인을 발굴해 주심과 동시에 시조에 대한 겨레의 관심을 불러일으켜 시조진전에 힘써 주신 것은 자타가 잘아는 터입니다.
선생이 시조에 기울이신 공적은 이땅에 길이남아 시조단의 밑거름이 되고 소금이 될 것이요 영원불멸의 힘이 될 것입니다.
선생이시여! 나머지 일들은 저희가 힘 미치는 데까지 뜻을 이어 모실것이니 편히 잠드tu서 저희들 굽어보아주십시오. 영겁의 길을 떠나신 선생님 영전에 향을 피워 모두가 두손 모읍니다. <한국시조시인협회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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