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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크윈, K-9 자주포·FA-50 등 엔진 생산 … 토탈은 알뜰주유소 1000곳에 경유 공급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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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삼성이 한화에 매각하는 석유화학사 2곳과 방위산업체 2곳은 삼성의 주력 산업인 정보통신기술(ICT)과는 거리가 있다. 이번 빅딜로 삼성은 각각 1964년, 74년 진출한 석유화학 사업과 방위산업에서 직접적으로는 철수하게 됐다.

 이번 매각은 한화가 삼성에 방위산업체인 삼성테크윈을 팔 것을 제안하면서 논의가 시작됐다. 삼성테크윈은 K-9 자주포와 FA-50용 엔진, 한국형 헬기(KUH) 사업용 T700 엔진 등 각종 방위산업용 제품을 만들어왔다. 항공기 제작업체인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지분도 10% 보유하고 있다.

 삼성 미래전략실 관계자는 “탄약·유도무기 부문에 강점을 지닌 한화가 무기체계가 전자 장비화하는 것에 대비하기 위해 삼성테크윈의 매각을 제안했다”고 말했다. 삼성탈레스는 삼성테크윈이 지분 50%를 보유한 자회사로 열영상감시장비·탐지추적장치 등 방위산업 장비를 생산하고 있다.

 석유화학사가 이번 거래에 포함된 건 여러 요인이 얽혀 있다. 삼성종합화학은 삼성테크윈 주식 22.7%를 보유하고 있다. 삼성테크윈을 안정적으로 경영하기 위해선 삼성종합화학의 경영권 확보가 필요한 것이다. 게다가 삼성테크윈도 삼성종합화학 주식을 23.4% 가지고 있어 복잡하게 얽힌 실타래를 풀려면 삼성종합화학마저 한화가 가져가는 게 해법이었다.

 세계적인 정제 마진 감소로 석유화학 업종이 부진한 것도 삼성이 매각 결심을 굳힌 요인으로 보인다. 삼성종합화학의 경우 지난해 576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한 석유화학업체 임원은 “삼성그룹 연 매출 300조원 가운데 10조원 정도 차지하는 석유화학 분야는 그룹 내 비주력 사업”이라면서 “최근 중국의 급부상으로 지금 규모 정도로는 경쟁력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인식도 매각 이유 중 하나일 것”이라고 풀이했다.

 삼성토탈은 전국 1000여 개 ‘알뜰 주유소’에 정제 경유를 공급하는 업체다. 삼성종합화학과 프랑스 정유사 ‘토탈’이 지분 50%씩을 가지고 있으며, 이 가운데 삼성종합화학이 보유한 지분 50%가 한화로 넘어갈 전망이다. 다만 당초 빅딜 대상에 포함됐던 삼성정밀화학과 삼성BP화학은 최종적으로 제외됐다. 한화 측에서 계열사 추가 인수에 난색을 표한 데다 이 두 업체가 스마트폰 배터리, 디스플레이 등 모바일 사업과 연관된 최첨단 소재를 개발·생산하기 때문이다.

김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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