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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법 vs 특검법 누가 이길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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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도청 정국의 주도권을 잡으려는 여야의 다툼이 가열되고 있다. 열린우리당은 9일 특별법을 제출키로 했다. 열린우리당이 추진 중인 특별법은 제3의 민간기구가 검찰이 보관 중인 274개의 미림팀 불법 도청 테이프 등을 조사해 공개 여부를 결정한다는 게 골자다.

한나라당과 민노당.민주당.자민련 등 야 4당도 9일에 특검법을 공동발의하기로 합의했다. 9일 법안 제출은 야 4당이 먼저 결정했는데 그 소식을 듣고 열린우리당이 맞불을 놓았다. 야 4당의 법안 공동발의 결정은 이례적이다. 이들은 국정원 등 국가기관이 현재도 불법도청을 하는지를 국정조사하는 문제도 논의키로 했다. 특검법엔 도청 테이프의 공개 여부를 특검이 결정하자는 내용이 담겨 있다.

◆ 특별법 대 특검법=눈에 띄는 것을 민주당의 선회다. 이낙연 원내대표는 "특별법은 필요 없다는 당론을 정했다"고 밝혔다. 이 결정에는 '김대중 정부에서도 불법 도청이 계속됐다'는 국정원의 발표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여기서 변수는 민노당이다. 심상정 의원단 수석부대표는 특검법과 별도로 특검에 도청 테이프 내용 공개의 재량권을 주는 특별법을 제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여당의 특별법과는 차이가 있으며, 공조 여부는 여당에 달렸다"고 말했다.

현재 의석 보유는 열린우리당이 146, 한나라당 125, 민노.민주 10, 자민련 3, 무소속 5석이다. 야 4당의 의석수가 148석으로 여당보다 2석 많다. 무소속이 캐스팅 보트를 쥔 모양새다. 여당이 1석 더 많은 법사위 통과를 짚어봐야 할 대목이라는 주장도 있다.

◆ 음모론 놓고 격돌=여야는 도청 정국의 방향과 국정원의 'DJ정부 시절에도 도청'발표를 놓고 격론을 벌였다. 한나라당은 2002년 3월 이후에도 도청이 이뤄졌다는 의혹을 강하게 제기했다. 박근혜 대표는 이날 오전 상임운영위에서 "2002년 3월부터 도청이 없어졌다고 주장하려면 국민이 믿을 수 있을 때까지 국정원이 스스로 이를 증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국정원 발표에 대해 강력히 반발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민주당 한화갑 대표는 이날 평화방송 라디오'열린세상 오늘, 장성민입니다'에 출연해 음모론을 거듭 주장했다. 그는 "집권 3년이 다 돼 가는데 움켜쥐고 있다가 이제 발표한 이유가 뭐냐"며 "(현 정부가) 정치적으로 악용해서 실리를 추구하려는 의도가 아니라면 국가경영 차원에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여당도 맞받아쳤다. 열린우리당 문희상 의장은 상임중앙위에서 "한나라당은 불법 도청 원조당으로서 악취를 숨기고 덮어씌우려 할 것이 아니라 국민 앞에 석고대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가영.김선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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