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도국에 돈 꿔주길 꺼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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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세계 주요은행들이 개발도상국에 대한 신규대출을 꺼리고 있다. 특히 비산유 개도국에 대한 것이 더욱 그렇다.
BIS(국제결제은행)가 최근 발표한 「82년 제1·4분기 국제금융보고」에 따르면 선진국 은행들이 외국에 빌려준 돈은 82년3월말현재 모두 1조5천5백63억달러로서 작년말에 비해 3백86억달러가 는 것으로 밝혀졌다.
작년4·4분기 중 증가액 1천9억달러에 비하면 증가폭이 절반이하로 줄어든 것이다.
이는 세계적인 경기침체로 각국의 경제사정이 크게 악화돼 빚상환이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한 국제상업은행들이 선별융자를 감화하기 때문이다.
특히 유럽제국 은행들의 신규대출이 극히 줄었다.
이같은 신규대출 기피로 올l·4분기에 비산유 개도국이 새로 얻어쓴 돈은 31억달러에 불과, 작년4·4분기의 1백69억달러에 비하면 80%이상이나 줄어들었다.
경제불황과 국제고금리 등으로 가뜩이나 빚부담이 늘어있는 판에 신규대출마저 어렵게 되자 중남미·동구·아프리카 등지에서는 리스케줄링(채무상환연기)을 요구하는 나라가 속속 늘어가고 있다.
폴란드와 루마니아가 이어 상환연기교섭에 들어갔고, 아르헨티나도 리스케줄링을 요청할 방침임을 확실히 하고 있다. 중미의 온두라스도 최근 1년이내에 만기가 되는 1억달러의 채무상환을 연기해줄 것을 요청했다.
최대의 채무국 멕시코도 이미 만기가 닥친 1백억달러에 달하는 원리금상환을 90일간 유예시켜주도록 요구, 일단 동의를 얻어냈지만 급한 고비만 겨우 넘긴 것에 불과해 위험은 그대로 남아있는 형편이다.
금융전문지 「유러머니」조사에 의하면 작년에 리스케줄링을 실시한 나라는 14개국으로 총액은 약 1백8억달러 정도였던 것이 올해는 20개국, 2백79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며 83, 84년에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외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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