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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총 “문제은행 도입” … 대학은 “자율권 확대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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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교육부가 다음달부터 수능 출제·운영 시스템 개선 논의에 착수하기로 한 가운데 교육계 안팎에선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다. 교육단체들은 “출제 오류에 국한된 미봉책 대신 차제에 대입제도의 근본적인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학들은 “단기적으로 현행 체제를 유지하되 중장기적으로는 국가 주도의 수능 체제를 재검토하자”는 의견을 밝혔다. 교사들은 “EBS·수능 연계 출제 방침부터 고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학부모들은 자칫 성급한 변화가 입시에 또 혼란을 가져오지 않을까 염려하는 분위기다.

 지난 19일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반복된 출제 오류와 난이도 조정 실패는 수능의 근본적인 한계”라며 “수능을 문제은행에 기반한 ‘국가기초학력평가’로 전환하자”고 주장했다. 김동석 대변인은 “고교 수업 내용을 기반으로 기초개념·지식을 묻는 진단평가로 바꾸자는 취지”라며 “수능 대신 내신(학생부)을 통해 학생의 범교과적 사고능력을 시험하고, 대학이 면접을 통해 인성·지식을 확인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교조도 ▶현행 수능을 통과 여부만 가리는 자격고사로 전환하고 ▶국·공립대 통합 등을 통해 대학 서열화를 완화하는 등 근본적인 변화를 주장했다.

 대학들은 단기간에 급격한 변화를 추진하는 방안에는 부정적인 입장이다. 한양대 배영찬 입학처장은 “수능이 20여 년간 버텨온 건 나름대로 공정성을 인정받았기 때문”이라며 “출제 오류는 반드시 바로잡아야 하지만 3~4개월의 논의로 급작스러운 변화를 가져온다면 대학·고교 모두 대응할 수 없게 된다”고 우려했다. 성균관대 김윤배 입학처장은 “국가가 수능으로 입시를 완벽하게 해결하겠다는 욕심부터 버려야 한다”며 “기여입학제 금지 등 사회적인 합의를 준수하는 범위 내에서 대학의 선발 자율권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교 교사들은 EBS 연계 출제 방침의 폐지를 주장했다. 배명고 채용석 교사는 “공교육 정상화를 위해 EBS 연계 출제가 도입됐다는데, 학교에선 교과서 공부 대신 EBS 교재 외우기에 열중하게 된다”며 “EBS 연계가 사교육비 절감 효과가 있는지도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휘문고 신종찬 교사는 “수능 출제·검토에 교사 참여 비율을 높이는 것과 함께 우수 교사가 참여할 수 있는 제도적 지원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일선 학교에선 학부모 항의 등을 이유로 소속 교사가 수능 출제에 참여하는 것을 꺼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학부모와 고교생들은 예기치 못한 입시제도의 변화를 걱정했다. 명덕여고 2학년 이지현(17)양은 “내년부터 당장 수능 출제 형식이 바뀌면 지금까지 공부한 게 큰 도움이 안 될지도 모른다”고 우려했다. 수도권 소재 자사고 2학년 아들을 둔 최모(45)씨는 “올해 수능처럼 난이도가 평이하면 상위권 학생은 단 한 문제의 실수로 원하는 대학을 포기해야 한다”며 “노력한 만큼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게 일관성 있는 수능 체제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천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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