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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파 "分黨해도 총선 승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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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신당 논의가 한창인 민주당에서 '개혁신당파'와 '통합신당파'가 충돌하는 근본원인 중 하나는 내년 17대 총선에 대한 시각차다. 총선의 목표와 전략이 다르다는 것이다.

개혁신당파는 상황이 여의치 않을 경우 일부가 탈당해 외부의 개혁세력과 합쳐 독자적 개혁신당을 만드는 것을 염두에 두고 있다.

이 경우 정치판은 한나라당과 개혁신당, 민주당 잔류세력과 자민련 등의 4당체제로 재편될 공산이 크다. 개혁신당에 민노당과 사민당이 동참하느냐의 여부에 따라 4당체제 혹은 그 이상의 다당(多黨)구도로 총선이 치러지게 되는 것이다.

개혁신당파들은 다당대결 구도가 되더라도 승산이 있다고 본다. 기존 정치권에 식상한 젊은층과 변화를 바라는 유권자의 지지를 이끌어내고, 최대 승부처인 수도권에서 선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탈(脫)호남당 이미지가 먹혀들 경우 부산.경남 등 영남권에서도 교두보를 마련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실제로 최근 민주당이 실시한 여론조사에선 응답자의 46.9%가 '현역 의원이 아닌 신인 지지' 입장을 보였으며, '현역의원을 찍을 것'이란 응답은 18.5%에 그쳤다는 것이 그 근거다.

이 때문에 개혁신당파들은 호남에서 상당한 의석을 잃더라도 영남에서 선전하고, 지역구도를 깨겠다는 신당의 취지가 유권자에게 '감명'을 줄 경우 수도권에서 약진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경우 최소한 원내 제2당 달성은 무난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어차피 1988년 이래 총선에서 과반수를 확보한 정당이 없으며, 17대 총선에서도 제1당이 과반수를 확보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그래서 개혁신당파는 총선 후 안정적 국정운영을 위해 ▶민주당 잔존세력을 흡수 또는 통합하거나▶나머지 군소정당 등과 정책연합하는 방식으로 후반기 국정을 이끌어가는 '2단계 전략'도 다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무현 대통령이 "총선에서 과반수 의석 확보에 연연하지 않겠다"거나 "과반 의석을 가진 정당에 내각 구성권을 주겠다"고 발언한 것도 맥락을 같이한다.

이에 대해 수도권 의원들 사이에선 "수도권에선 2천표 이내의 승부가 수십곳인데 호남표의 결집도가 약해지고 여당 후보가 분열되면 한나라당만 어부지리를 얻게 된다"는 경계의 목소리가 높다.

신주류 중진인 조순형(趙舜衡)의원도 "대통령제인 현실과 우리 헌정사에 비춰볼 때 양당제가 적합하다"면서 "다당제는 盧대통령의 국정 수행에도 도움이 안된다"고 강조했다.

이런 전략이 실현될지는 불투명하지만 당내 신당논의가 지지부진할 경우 다당구도로의 재편을 시도할 가능성은 커보인다.

이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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