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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축구, 원년 우승 … 아시아 넘어 세계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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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해원(解)은 끝났다. 이젠 도약이다.

태극 낭자들이 세계 정상을 향해 진군하고 있다.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여자축구대회 원년 우승을 차지한 한국 여자축구는 아시아를 넘어 세계 강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중국과 북한을 각각 15년 만에 처음으로 꺾어 '한풀이'를 한 대표팀은 대회 마지막 경기인 일본전(6일.대구월드컵경기장)에서는 체력 고갈로 고전했지만 끝까지 골문을 잘 지켜 0-0으로 비겼다. 한국은 2승1무(3득점.무실점)로 우승했으며, 중국을 1-0으로 꺾은 북한(2승1패)이 2위를 차지했다.

한국의 우승 비결은 완벽한 신.구 조화에 있었다. 2003년 처음으로 여자월드컵에 진출했던 유영실.한진숙.진숙희.신순남.이지은(이상 INI스틸)이 수비와 미드필더를 맡았고, 공격진에는 박은선(서울시청)과 박은정(여주대) 등 지난해 중국을 두 차례나 꺾고 아시아청소년선수권 우승을 차지한 신예 선수들이 포진했다.

안종관 감독의 용병술도 빛을 발했다. 안 감독은 전력상 한 수 위인 중국과 북한전에서 선 수비-후 역습의 조심스러운 경기를 펼치다 전반 막판 박은선을 투입해 흐름을 일시에 뒤집었다.

안 감독은 중국전이 끝난 뒤 중국 기자로부터 "대표팀 감독 계약이 언제까지냐"는 질문을 받고 허허 웃었다. 여자 대표팀 코칭스태프는 전임이 아니다. 대회 때 잠깐 와서 일하고 다시 소속팀으로 돌아간다. 거액의 연봉을 주고 외국 감독과 코치진을 데려오는 남자팀과 비교하면 열악한 현실이다. 여자축구 관계자들은 "남자축구에 쏟는 관심과 지원의 10분의 1만 여자축구에 보내 달라"고 말한다. 이번에 여자 대표팀이 받은 우승 상금은 남자(50만 달러)의 딱 10분의 1인 5만 달러다.

정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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