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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부 산하기관 5명중 1명이 비정규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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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재료비'. 물건값을 말하는 정도로 알기 쉬운 말이다. 그러나 행정자치부의 '지방자치단체 예산편성 기본지침'에 따르면 '일시 사역인부 예산'은 재료비 예산의 일부다.

각 지자체에서 일하는 단기 근로자들은 근로자가 아닌 '재료'로 취급되는 셈이다. 그래서 나온 말이 '재료비 노동자'다. 지방자치단체들이 비정규직 근로자를 가리켜 쓰는 말이다.

'재료비 노동자'는 각 지자체와 단기 근로계약을 맺은 노동자로 이들은 현재 민원서류 발급이나 청사.공원 관리, 식당 조리원 등으로 일하고 있다. 규정과 달리 장기 고용상태에 있는 이들의 임금은 매달 60여만원 수준.

비정규직에 대한 정부의 시각을 엿볼 수 있는 예는 또 있다. 지난달 17일 춘천지방노동사무소장실. "출산 휴가로 두세 달 놀고 법에 있다고 육아휴직도 찾아먹겠다는 건가. 당신을 다른 데로 빼고 새로운 사람을 받든지, 정 안되면 일용이라도 쓰든지, 우리 입장에서는 당신 내보내고 다른 사람을 뽑는 게 낫단 말이야." 육아휴직을 신청한 직업상담원 尹모씨에게 소장이 언성을 높였다.

직업상담원은 노동부 내 비정규직 근로자다. 결국 소장은 尹씨가 비정규직임을 강조하며 퇴직을 강요했다. 결국 소장의 이러한 발언이 문제가 돼 尹씨가 육아휴직을 받을 수 있었지만 비정규직 보호에 나선다는 노동부의 인식 부족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민주당 박인상 의원이 최근 노동부 산하 6개 기관의 비정규직 실태를 확인한 결과 비정규직의 비율이 19.2%로 나타났다.

노동부의 경우 지방사무소까지 파악이 어려워 조사하지 못했지만 1천8백여명에 달하는 직업상담원을 비롯해 지방사무소 일용직 근로자까지 따지면 정부 부처 중에서 비정규직 근로자 수가 가장 많다는 견해도 있다.

이밖에 지난해 5월 공공연맹에 따르면 공기업과 지자체, 정부 산하기관 소속 1백60개 사업장 근로자 8만5천2백90명 중 17.9%에 해당하는 1만5천2백57명이 비정규직으로 조사됐다.

한편 정부기관뿐 아니라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라고 주장하는 양대 노총도 비정규직을 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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