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람] 월남전 후유증 남편 수발 '억척 가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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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그저 할일을 했을 뿐인데 훈장이라니 과분합니다."

충북 제천시 미당리의 홍금녀(洪金女.56.여)씨가 어버이날을 맞아 7일 보건복지부로부터 국민훈장 목련장을 받는다.

강원도 횡성 출신으로 19세 때 7남매 중 장남과 결혼한 洪씨는 동네에서 후덕한 맏며느리라고 칭송이 자자하다.

남편이 월남전에서 돌아온 직후 심한 위장병으로 식사를 제대로 못하게 되자 직접 나서서 농사는 물론 시부모 봉양과 6명의 어린 시동생 뒷바라지를 해왔기 때문이다. 남의 땅을 빌려 농사를 짓는 등 집안의 기둥 역할을 했다.

洪씨는 특히 10년 전 시아버지가 노환에 시달리면서부터 큰 어려움을 맞았다.

5년여에 걸친 병구완에도 불구하고 시아버지가 세상을 뜨자, 이번엔 시어머니(86)가 치매에 걸려 견디기 힘든 인고의 세월을 보내야 했다.

하지만 그는 항상 웃는 낯으로 가족과 이웃을 대하며 봉사활동에도 앞장 서는 등 타고난 낙천성으로 어려움을 극복해 나갔다. 이웃 집에 경조사가 있는 날이면 언제나 앞장서 허드렛일을 맡는가 하면 홀로 사는 노인들에게도 음식을 나눠주거나 청소와 빨래를 해주는 등 정성을 다했다.

1남3녀의 자녀도 훌륭히 키워낸 洪씨는 "시동생들이 모두 자립하고 자녀들이 건강하게 자란 것이 고마울 뿐"이라며 "최근 조금 병세가 나아진 시어머니가 빨리 완쾌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안남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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