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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일에 중점, 민족사를 포괄"-「독립기념관」건립에 관한 가계의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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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민족의 숙원이던 「독립기념관」(가칭) 건립계획이 마침내 일본역사교과서 왜곡사건을 계기로 온국민의 성원속에 구체화돼 오는 87년8월15일 문을 열 예정이다. 지난 76년10월 정부가 설립사무국직제까지 설치, 거창한 청사진을 펼쳤던 「민족박물관」 건립계획이 지난해 10월 사무국 폐쇄로 완전 물거품이 되고만지 9개월만에 부활된 셈이다.
과거 민족박물관과 같은 맥락으로 볼수있는 이번 독립기념관건립은 정부차원만이 아니라 정당·각계단체·기업체·각급학교등을 비롯한 국민 모두가 직접 간접으로 참여하는 범민족적 추진이라는 점이 특징이다. 건립준비위원회 (위원장박주천)발족과 함께 국민성금모금이 이미 시작된 독립기념관 건립추진은 급진전속에 과거의 「무경」 전질을 다시는 밟지 않을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5백3억원 이라는 건립예산 규모와 전시관(고대·중세·근세·현대관)의 분류, 건립공사 진행계획등이 제시됐을뿐 구체적 방침, 위치, 전시자료, 기념관규모, 건축양식등 기념관의 핵심 내용들이 아직 미정상태다. 물론 앞으로 공청회, 세미나등을 통해 각계의 의전을 폭넓게 수령할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지대한 국민관심을 모으는 민족적 사업이라는 점에서 벌써부터 「명칭」 「위치」등 갖가지 문제에 대한 각계의 의견이 백출하고있다.
독립기념관건립에 바라는 학계와 전문가들의 제언을 우선 들어본다.

<명칭>
기념관의 명칭은「독립기념관」, 「민족박물관」, 「광복기념관」 「민족기념관」, 「민족사박물관」등이 엇갈리고 있다.
김원용교수 (서울대) 는 『일제36년이란 5천년의 기나긴 한민족사에서 볼때 「한순간」 에 불과한 것이므로 「독립기념관」 보다는 「민족기념관」 이나 「민족박물관」 이라는 명칭을 사용, 한민족의 모든 피침사를 전시하고 특히 항일독립관계에 중점을 둔 독립기념실을 확대하는게 바람직하다』 는 의견이다.
안휘준교수 (홍익대박물관장)도 『전시내용은 일제에 두되 명칭은 「민족박물관」 으로해 3국시대의 대중국관계로부터 6·25 전쟁까지의 민족사를 포괄하는게 좋다』는것-.
「독립」이나「광복」의 명칭을 반대하는 논리는 한민족의 유구한 역사가 「식민통치」 나 「속국」 으로만 점철됐다는 인상을 주기쉽고 위대한 민족사를 수용하는 포괄성이 결여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민족사의 단절을 가져온 가장 쓰라린 일제에 역점을 두는 것은 당연하지만 근원적인 민족주체정신을 보다 폭넓게 강조하는게 소망스럽다는 것이다.
이에반해 황리영동국대총장은 『일제라는 가장 쓰라린 민족수난사에 집중의미를 부여하기위해서는 「독립기념관」 의 명칭이 적합하다』는 견해다.
일제의 잔악한 침략사를 일깨우는 특수박물관이라는 성격과 5천년민족사를 망라할 경우의「산만성」이「민족」의 명칭을 반대하는 논리의 핵심-.
건립추진위가 발표한 가칭 독립기념관은 원래는 「광복기념관」으로 정해졌다가 발표 마지막단계에 개칭된것으로 알려졌다.

<위치>
기념관의 건립위치는 우선 서울과 지방으로 크게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지방건립 주장은 서울의 「행정중심」 을 벗어나 민족혼의 구심점이 될 새로운「민족정신 중심지」 를 마련, 기념관의 상징성을 높여야한다는 것이다(김원룡교수).
독립기념관은 일반박물관적인 관광보다는 민족의식의 함양을 강조한다는 점에서 지방도시에 건립, 서울을 떠난 민족정신선양장소로서의 위엄과 환경을 갖추는게 소망스럽다는것-.
황수영동국대총장은 『우선 직설적인 사고로 서울서대문형무소나 중앙청같은 민족수난의 장소를 꼭 택해야할 필요는 없다』 고 전제하면서 건립장소는 박물관입지여건을 충족시킬만한 위치를 신중히 조사, 선정해야한다고 했다. 이같은 점을 고려할때 서울시내를 벗어난 1시간 내외의 거리정도인 서울근교를 생각해봄직하다는 것이다.
유홍렬박사 (학술원원로회원)는『김구동상이있고 일제의 신사가 자리했던 장소이기도한 서울남산광장이 독립기념관의 건립장소로 적합하다』 는 의견이다.
서울을 주장하는 입장으로는 이번 기회에 종합적인 앞으로의 각종 박물관건립계획의 마스터플랜을 수립, 기존박물관과의 관계등을 고려한 박물관센터로서의 부지를 선정해야할 필요가 있다는것.
현재의 여건으로는 외국인관계, 역사적 배경, 교통등을 감안할때 이같은 조건을 충족시킬만한 장소는 중앙청과 서울강남지역등이 독립기념관전립에 적합하다는 것이다 (안휘준교수).
특히 중앙청자리에 국립중앙박물관이 이전된다는 점을 감안할때 동시관람의 효과등을 고려, 중앙청구내에 건립하는게 바람직하다는것이다.

<전시자료>
건립추진위가 발표한 전시내용은1875년 운양호침입부터 8·15광복까지의 일제침략과 항일투쟁관계 자료에 중점을 두고 한국문화의 일본전과, 임진왜란관계 자료도 전시한다는것이다.
이현종국사편찬위원회 위원장은 『독립기념관의 전시내용물은 단순한 유물전시가 아니라 민족생존의 의지를 구현하는 수집과 전시가 돼야한다』 고 말하고 항일관계의 기록류·무기류·의병격문·3·1독립선언문·각종통신문등이 두루 망라되는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이다.
구체적으론 대한민국임시정부가 독립운동 자금조달을 위해 발행한 「채권저서」, 정부천인, 광복군 신분증, 미국서 발행했던 임시정부의 태극마크우표, 3·1 독립선언문등을 예시했다.
현제 구하기 힘든 광복군의 무기류등은 모조품을 만들어 전시하고 미발굴의 국민소장품을폭넓게 수집, 많은 자료를 시급히 확보해야 한다는것.
안휘준교수는 성금모금과 동서에범국민적 자료수집운동을 전개, 각종 사진·문예·서신등용 폭넓게 모을것을 제의했다.
전시내용을 일제침략관계자료는 물론 고려의 몽고침입, 임란에 걸친 광범한 국난극복사의 외세대결기록을 망라하도록 폭을 넓여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유홍렬·김원룡).
독립기념관은 역사박물관이 아니므로 유실·망실된 중요자료는 모조품으로 대신해도 충분하다는것 (황준영).

<건축>
기념관의 건축에대해서는 아직 설계구상도 착수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건축가 김원씨 (광장대표) 는『독림기념관은 입지현장이나 내부설계도 중요하지만 이에 못지않게 디스플레이가 중요하다』고 전제, 『항일운동과 임시정부의 역사적 정통성등의 특성을 꼭집어 설명해줄수 있도록 기본설계 구조가 짜여져야하겠다』 고 제안했다. 특히 기본구조의 설계는 중구난방식의 혼합형이 지양되고 기념관의 특성을 단순하면서도 상징성있게 보여줄수 있어야하겠다는 것이다.
이밖에 원칙적으론 모아진 자료에 따라 설계를 하는게 이상적이지만 현실을 감안할때 설계·건축이 앞서야할 상황이므로 기본설계는 자료의 양에 따른 편의적 구조변경이 가능할수있도록 신축성을 부여해야한다는 견해도 있다(안휘준).
기념관의 건축은 광범한 전문가의 의견을 수립, 기념관「얼굴」로서 손색이 없어야 한다는것-.
기념관 전면은 3·1독립만세운동 광경등을 조각하고 입구에는 민족혼을 일깨우는 횃불을 밝히도록 하는것등도 고려해봄직 하다는 것이다. <이각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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