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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수의 비즈북스] 경영학 거목의 인생 훈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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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경영·경제·인생 강좌 45편
윤석철 지음, 위즈덤하우스
215쪽, 1만원

어느 분야든 일정한 경지에 이르면 전공의 경계를 넘어서 세상을 두루 아우르는 삶의 이치가 보이는 것 같다. 우리나라 경영학계의 거목인 윤석철(서울대 경영학과)교수가 그렇다. 그가 최근 재출간한 '경영.경제.인생 강좌 45편'(위즈덤하우스, 215쪽)에는 인문.사회.자연과학의 경계를 넘나드는 삶의 지혜가 녹아 있다.

실은 윤 교수의 학문적 족적 자체가 범상치 않다. 독일을 한국의 발전 모델로 삼겠다며 독문학과를 택했다가, 기초과학의 축적이 급선무라는 생각에 물리학과로 전공을 바꾸더니, 미국에 유학해서는 전기공학과 경영학을 전공했다. 결국은 경영학 교수로 자리잡았지만 그를 딱히 경영학자라고 하기에는 석연치 않은 구석이 많다. 강의와 저술의 내용이 그가 가진 관심과 섭렵한 지식 만큼이나 폭넓고 다양하기 때문이다.

그는 이 책에서 기업경영의 원리부터 국가경영의 리더십, 삶의 자세에 이르는 다양한 주제를 나지막한 목소리로 들려준다. 기업 수명이 줄어드는 현상이 적자생존의 숙명적 경쟁에 직면한 인간의 철학적 고통으로 설명되고, 성공한 기업의 비결이 '환경적응-전략수립-구조조정'의 진화론으로 해명된다.

그는 나라와 기업의 발전 전략으로 제로섬 게임을 피하고 프런티어 정신으로 황무지를 개척하라고 제안한다. 요즘 유행어로 바꾸면 '남들이 다하는 레드오션을 버리고, 아무도 안가본 블루오션으로 나가라'는 뜻이다. 특히 프런티어 개척이 어렵다면 차라리 남들이 다 하기 싫어하는 이른바 3D 산업을 하는 게 낫다는 충고는 새겨들을 만하다.

지속가능한 발전에 대한 그의 해석은 평이하면서도 정곡을 찌른다. 그는 생존의 철학적 모형을 4가지로 나눈다. '너 죽고 나 죽고' 모형은 공멸의 길이다. '너 죽고 나 살고' 모형은 부도덕할 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 유지되기 어렵다. '너 살고 나 죽고' 모형은 성인이 아니고서는 택하기 어려운 방법이다. 결국 환경문제든 빈부격차의 문제든 한 사회가 감당할 수 있는 장기적인 해법은 '너 살고 나 살고'모형이라는 게 윤교수의 설명이다.

전 강좌를 통틀어 윤교수가 끊임없이 강조하는 경구는 논어 선진편(先進篇)에 나오는 '과유불급(過猶不及)'이란 말이다. 지나친 것은 부족한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뜻이다. 임금인상이나 재벌개혁, 기업의 확장, 개인의 소비, 정치적 욕심 등이 지나치거나 무리하면 하지 않느니만 못하다는 경계다. 휴가철에 석학의 경영.경제.인생 특강을 한 번 들어보는 것도 괜찮을 듯하다.

김종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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