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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과점 온상서 독주하던 시대는 끝났다|승용차·치약·국산 위스키|영토 쟁탈전 치열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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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독주의 시대는 갔는가-. 오랫동안 독과점의 대표적인 예로 꼽혀왔던 소형승용차·치약·국산 위스키 등 3시장에서의 영토분할 전쟁이 치열하다.
전쟁의 양상은 제각각이다. 자동차 전쟁에서는 그간 참패를 거듭했던 제미니가 올 들어 맵시로 기종을 바꾸면서 일단 포니2의 영토에 상륙, 처음으로 확고한 교두보를 구축했다.
치약시장에서는 보통치약은 럭키의 성역이 아직 여전한 채 약용치약·투명치약 등 특수치약 분야에서만 국지전이 벌어지고 있고 국산위스키 3사는 고급 술꾼들을 대상으로 전면전에 돌입한지 오래다.
최근 위스키 3사의 주령 12년 시비, 자동차 업계의 흑색선전 시비, 여성 소비자단체 주최의 치약에 대한 간담회 등은 모두 이 같은 전쟁의 부산물들이다.
어쨌든 최근 시장경쟁 원리의 도입이라는 시류에 맞춰 이제 어떤 회사의 어떤 제품이든 편안한 장사를 할 수 있는 시대는 지났다.

<소형승용차>
연간 2천억∼2천 2백억원 쯤 되는 소형승용차 시장을 놓고 현대의 6년 아성을 새한이 공략하고 있다.
지난 한해 3백 30억원의 적자를 기록, 현대자동차보다 약 2배의 손해를 본 새한으로선 올 봄부터 시작된 신차종 전쟁에 배수진의 각오로 대들었고 포니l의 영광을 믿고 느긋했던 현대는 잠깐사이 방심의 허를 찔린 셈이 됐다.
양사의 판매전이 본격적으로 불붙기 시작한 것은 지난 7월. 이 한달 동안 맵시는 영업용 판매에선 포니2의 약 26%, 자가용 판매에선 포니2의 약 14%까지를 따라잡는데 성공했다. 자가용·영업용을 합치면 7월 한달 맵시의 시장점유율은 처음으로 16%를 넘어섰다. 또 8월 들어 지난 25일까지 맵시는 다시 영토를 확장, 요즘 약 18%의 시장을 파들어 가고있다.
이 같은 최근의 자동차 판매 전은 신제품을 내놓을 때 잘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곡을 찌르는 적극적인 판촉 활동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말해 주는 좋은 예다.
그간 패장 제미니의 치명적인 결점을 보완하는데 몰두했던 새한은 일단 제품이 나오자 오직 시장을 파고드는데 총력전을 폈다.
약 4백 여명의 세일즈맨을 매일 새벽에 철저히 교육시켜 상오 6시부터 밤늦게까지 LPG 충전소, 운전기사 식당, 택시 운수회사 등을 돌며 적극적인 맨투맨 작전을 펴게 했다.
때로는 지나치게 적극적(?)이어서 현대 측으로부터 흑색선전이라는 비난도 있었지만 새한의 기본전략은 누가 뭐래도『영업용 시장을 선점하면 자가용 시장도 먹는다』에 있었다.
마이카를 구입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영업용 기사에게 자문을 구해 차종을 선택하며 또 정보의 전달속도가 매우 빠른 운전기사 사회는 일단 받아들인 정보에 대해 매우 보수적이 된다는 점을 노린 것이다.
반면 현대 측은 맵시가 영업용 시장을 파고들었다 곤 하나 자가용 시장은 9대 1로 포니가 절대 우위고 앞으로 자가용 수요는 계속 늘어도 영업용 수요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포니의 우세는 흔들릴 수 없다고 여유가 있다.
그러면서도 현대는 새한의 공세가 치열해지자 최근 약 6천만원 이상의 광고비를 들여 포니 2의 뒤 트렁크를 넓히고 안전성을 높였다는 등의 내용을 담은 대대적인 광고를 하기도 했다.
정작 소형승용차 전쟁의 한계는 국내 시장규모와 양사의 생산능력 때문에 벌써 코앞에 와있다. 새한 측은 기아로부터 한정된 수의 엔진을 공급받고 있기 때문에 현재의 시장점유율을 더욱 악착스레 늘려나갈 필요가 별로 없다.
현대는 현대대로 어떤 차종이라도 메이커 내 자체수요·연고판매 등에 의해 10∼15%의 시장점유는 가능한 것이므로 출혈경쟁을 해가며 맵시의 추격을 짓밟을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치약>
아직도 치약은 럭키의 성역이나 최근 들어 신참들이 끼어 들자 럭키는 체면유지를 위한 반격에 나서고 있다.
지난 28년간 완전하게 치약시장을 독점해온 럭키가 지난해부터 부광약품과 태평양화학을 상대로 벌여온 싸움을 보면 자못 흥미롭다.
지난해 8월 부광약품 측이 치태를 없애준다는 브렌닥스 치약을 국내생산하키 시각하자 거의 동시에 럭키는 똑같은 효능을 가진 페리오 치약을 시판했고 또 올 들어 태평양화학이 투명치약 클로즈업, 불소를 넣은 시그날 치약 등을 내놓자 럭키도 거의 같은 시기에 각각 이에 대응하는 크리스탈 치약, 블루치약 등으로 즉각 반격에 나섰다. 럭키는 앞으로도 얼마든지 타사의 신제품이 나오더라도 그에 맞설 수 있는 모든 준비가 이미 끝나 있는 상태라고 자신만만하지만 럭키로선 30년 독주에 제동이 걸릴 도전을 받고있는 것만은 틀림없다.
국내 치약시장은 연간 약 2백 60억원 규모로 그리 큰 시장이 아니다. 더구나 일반치약 아닌 특수치약 시장은 전체의 10%인 연간 약26억원 규모에 불과하다. 여기에 가격도 효능도 기존치약과는 다른 이른바 「제품차별화」를 무기로 뛰어든 부광·태평양 등과 럭키가 벌이고 있는 싸움은 치약에 대한 럭키의 애착이 어느 정도인가를 말해주고 있다.
치약은 오늘의 럭키그룹을 있게 한 종가품목이다. 아무리 매상이나 이익이 적어도 결코 질 수가 없는 분야다.
치약광고전이 치열해지자 지난 7월에는 한국부인회가 치약에 대한 간담회를 열고 각 사가 과대광고를 하는 경향이 있으며, 치아의 건강에는 사용하는 치약보다 칫솔질이 더욱 중요하다는 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국산 위스키>
최근 화제가 됐던 주령 12년 시비는 바로 위스키 3사의 치열한 시장쟁탈전에서 비롯된 것.
그간 베리나인의 백화와 길벗의 진로가 각각 5l%, 45%의 시장을 갈라 갖고 비교적 사이좋게 지내왔던 위스키 시장에 지난해 8월 블랙스톤의 OB 시그램이 뛰어들면서 3파 전면전으로 비상사태에 들어간 것이다.
올 들어 블랙스튼의 시장점유율은 31% 수준. 백화·진로로선 실로 거북한 고속성장이 아닐 수 없다. 블랙스톤의 이 같은 성공은 고급·고가의 판매전략이 주효한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어쨌든 최근 공정거래실의「12년 표시 금지」판결로 위스키 전쟁은 2차 전에 돌입, 각 사는 다시금 치열한 광고공방전을 펼치고 있다. <김수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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