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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화 환율 900원선 깨지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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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원화 가치가 다시 급등(원화 환율은 하락)하고 있다. 유럽경제의 회복 조짐과 중국의 위안화 추가 절상 가능성 등으로 달러화 약세가 전 세계적으로 재현된 데 따른 여파다.

특히 지난해 100엔당 1000원에 웃돌았던 원-엔 환율이 최근 910원대로 급락하면서 일본과 경쟁관계에 있는 산업은 수출에 적잖은 차질을 빚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그동안 원-달러 환율이 떨어져도 원-엔 환율은 1000원 안팎에서 유지되는 동조화 현상을 보여왔지만, 이 균형이 깨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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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3.50원 떨어진 1013.50원으로 거래를 시작한 뒤 1010.60원까지 급락했다.

이후 외환 당국의 개입으로 보이는 매수 주문이 들어오면서 하락세가 주춤하긴 했지만 전날보다 5.80원 하락한 1011.60원에 장을 마쳤다.

이날 환율 급락은 유로화 강세의 여파로 싱가포르와 홍콩 등 역외시장에서 국제 자본들이 일제히 달러화 매도 공세를 펴면서 시작됐다. 역외시장에서 매도세가 강화되자 서울 외환시장에서도 손실을 축소하기 위해 달러화 매물이 쏟아져 나왔다.

전날 7년 만에 최저 수준(909.12)으로 떨어졌던 원-엔 환율은 1.25원 오른 910.37원으로 마감했다. 4일째 이어지던 하락세를 일단 멈췄지만 국내 기업들의 수출 경쟁력에는 여전히 부담이 되는 수준이다.

유로는 물론 아시아 통화가 달러에 대해 동시에 강세를 보이고 있지만 원-엔 환율 동조화 붕괴로 원화가 엔화에 대해서도 강세를 띠면서 전자.자동차.조선 등 두 나라 기업의 경합이 치열한 분야에서는 타격이 예상된다.

원화 강세 흐름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무엇보다 그동안 부진을 면치 못했던 유럽 경제가 최근 회복세를 타는 것으로 추정되면서 유로화 강세-달러화 약세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 최근 유로화는 6월 8일 이래 처음으로 1.23달러까지 올랐다. 유가 급등으로 달러가 늘어난 산유국들의 외환 보유 다변화 가능성이 제기되는 점도 달러 약세 요인으로 꼽힌다. 중국이 소폭에 그쳤던 위안화 절상을 9월 추가로 단행할 것이란 미국 월가의 전망도 달러 값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외환은행 하종수 외환딜러는 "달러화가 경제변수에 따라 올 들어 몇 차례 강세와 약세를 반복하고 있지만 달러화 약세 요인들이 다시 부상하고 있다"며 "당분간 달러화 약세에 따른 원화 강세 흐름이 불가피해 보인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원-달러 환율이 다시 1000원선 밑으로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진단하고 있다.

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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