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검열 재강화…영화계 비상|문공부, 영화사·공륜에 공문…유의점 환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한동안 여유를 보였던 영화검열이 지난주부터 급선회, 크게 강화됐다. 이것은 그동안 다소 완화됐던 검열의 틈을 이용, 저질·불륜. 퇴폐적인 영화가 마구 쏟아져 나와 이의 제제를 가하기 위한 조치다.
이런 조치에 따라 최근엔 『여애권』 (감독 이형표)이란 영화가 검열에서「일단보류」란 판정을 받기도 했다.
검열의 강화는 한동안 검열의 해빙무드에 찬물을 끼얹었으며 영화계에 비상을 걸게 했는데 이에 따라 이미 완성, 검열을 기다리고 있던 영화나 제작중인 일부 영화는 상당한 부분을 고치지 않으면 안되게 됐다.
문공부는 검열강화에 앞서 각 영화사와 공륜에 공문을 보내 영화제작·검열에서의 유의점을 다시 한번 환기시켰다.
문공부가 각 영화사에 보낸 공문의 요지는 ①지나친 저질·퇴폐적인 내용을 삼가고 영화의 품격을 살리며②특히 청소년영화와 성인용 영화를 엄격히 구분, 청소년 영화는 청소년 수준에 맞게 하고③국적불문·잔학한 무협물을 없애고 사실에 맞는 고증에 유념하고④섣부른 외화 흉내를 금하며⑤과장·허위광고를 삼가고 광고의 품위를 지켜달라는 것 등이다.
「일단보류」의 판정을 받은 『여애권』은 남성들에게 억압받던 여자들이 무술을 익혀 남성들을 보복한다는 내용인데 이런 구실로 반나의 여성들이 액션과 에로로· 스크린을 채우고 있다는 것.
「일단보류」로 반려된 영화는 다시 수정해 검열을 받을수 있는데 기회는 단 한번뿐이다.
2차 검열에서조차 불합격의 판정을 받으면 이 영화는 어떤 형태로든 상영할 수 없게된다.
따라서 「일단보류」의 영화는 거의 새로 만들 듯이 뜯어 고쳐야 하기 때문에 영화사로서는 대단한 손해다.
검열 위원인 정용탁교수(한양대)는 최근 일련의 영화에 대해 『표면에 내세우는 영화예술이나 권선징악. 또는 윤리성은 공식적인 형식으로만 구색을 갖추어놓고 그 속 알맹이는 섹스와 폭력과 눈물로 뒤범벅을 만들어 저속한 감정에만 영합하려드는 것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 「대중에게 오락을 제공한다는 구실로 퇴폐풍조를 조장하며 현실도피의 황당무계한 허영심을 자극하는 것은 지양되어야 할 것』 이라고 했다.
당국의 방침에 대해 영화감독 김수용씨는 『운영의 묘를 살려야 할 것이며 어떤 한 조항 기준에만 얽매이다 보면 전체를 망칠 수가 있다』고 했다. 이런 일련의 변화에 대해 영화계에선 『검열이 다소 완화됐으면 다행으로 여기고 조심스럽게 숨통을 터가야 할터인데 한두편 영화의 흥행에만 집착해 당국을 자극시켰다』고 자책했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선「너무 오랫동안 엄격한 검열에 짓눌려온 영화계로선 좀 지나친 표현도 할 수 있지 않는가』라고 항변, 『과도기적 현상으로, 이 시기만 넘기면 과감한 표현은 자연스럽게 소화되며 또 섹스 등도 더 이상 호기심의 대상이 될 수 없을 것』 이라고 했다.
아뭏든 검열강화는 영화계에 큰 풍파를 몰고 왔는데 눈앞의 이익만 생각하고 함부로 날뛰는 영화계의 풍토도 문제이려니와 한두가지 경우에 자극되어 다시 강화하는 처사도 문제가 있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김준식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