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가 아파트 반값 … 단독·다세대 한 번 보시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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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획적으로 개발돼 생활도로가 넓고 상·하수도 등의 기반시설이 잘 갖춰져 전셋집으로 인기가 많은 서울 양천구의 주택가 목2동 전경. [사진 양천구청]

워킹맘(일하는 엄마)인 심모(34)씨는 최근 직장 근처인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한 다세대주택에 전셋집을 얻었다. 전셋값은 2억5000만원으로, 현재 살고 있는 경기도 분당 아파트(전용면적 84㎡)보다 1억원 이상 싸다. 심씨는 “서울 아파트 전셋값이 급등해 분당신도시로 이사한 지 6년여 만”이라며 “다세대주택이라도 교통 등 주거환경은 괜찮을 것 같다”고 말했다.

 내년에도 아파트 전세난은 계속될 전망이다. 조인스랜드부동산과 업계에 따르면 다음달 입주하는 새 아파트는 전국 1만7700여 가구에 그친다. 지난해 12월(3만2463가구)보다 45% 이상 준 수치로, 저금리 기조까지 겹쳐 전세난이 더 심화할 것이란 전망이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아파트만 고집할 게 아니라 심씨처럼 주택으로 눈을 돌리라고 조언한다.

 주택가라도 계획적으로 개발돼 주거환경이 괜찮은 곳이 적지 않다. 서울 강남권(서초·강남·송파구)과 양천구 목동, 경기도 분당신도시 야탑·백현동, 일산신도시 백석동, 판교신도시(백현·판교·운중동) 등지가 대표적이다. 강남·목동만 해도 서울 인구가 급증하면서 새롭게 개발한 주거지여서 주택가라고 해도 그리 복잡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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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로나 상·하수도 등 기반시설은 물론 지하철역이 가까운 곳도 적지 않다. 예컨대 강남구 주택가인 대치4동 일대는 분당선 지하철(한티역)과 서울 지하철 2호선(선릉역)을 끼고 있다. 양천구 주택가인 목2동도 서울 지하철 9호선(신목동·염창역)과 접해 있다. 일산 백석동·분당 야탑동도 지하철이 가깝다. 판교신도시 현대공인 김선우 실장은 “생활도로가 넓고 주차도 용이해 생활에 불편이 없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전셋값이 인근 아파트의 반값이다. 대치4동에선 쓰리룸(방 3개) 다세대주택을 2억5000만~3억5000만원 선이면 구할 수 있다. 주택이어서 크기가 다양한데, 쓰리룸이면 대개 60㎡ 정도다. 길 건너 도곡동 도곡렉슬 아파트 59㎡형 전셋값이 5억~6억원 선인 점을 고려하면 반값 수준인 셈이다. 목2동 일대도 쓰리룸 다세대주택을 2억원이면 구할 수 있다.

 주택 수가 많다보니 임대 물건도 꾸준하게 나온다. 오른 전셋값의 일부를 월세로 내는 반전세로 돌리면 보증금을 더 낮출 수도 있다. 목동의 한 중개업소 사장은 “주택 전셋값도 최근 몇 년 새 평균 5000만원가량 올랐다”며 “이를 월세로 돌리면 보증금 부담을 더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주택가에서 전·월셋집을 구하려면 발품을 좀 팔아야 한다. 워낙 넓고 상품(단독·다세대, 원룸·투룸·쓰리룸)이 다양해 원하는 입지·상품을 구하기 위해선 시간도 들여야 한다. 주택가 중개업소들은 “이사 날짜(입주 시점)를 기준으로 적어도 3개월 전부터 수시로 중개업소를 찾아 전·월세 매물을 확인하는 게 좋다”고 조언한다.

 임대차 계약 때도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다세대주택은 아파트처럼 가구별로 등기가 나므로 아파트 임대차와 거의 같다. 매매시세에 본인의 전셋값(보증금)을 비교해 계약하면 된다. 다가구주택은 그러나 단독주택이어서 가구별로 등기가 나질 않는다. 등기상으로는 건물 한 동이 한 집인 셈이다. 따라서 다가구를 임차할 때는 가구별 전셋값 총액과 매매 시세를 비교해야 한다. 로티스합동법률사무소 최광석 대표변호사는 “주택은 아파트에 비해 임대차 사고가 많은 편”이라며 “특히 다가구는 계약서상 층·호를 정확히 적어야만 문제가 생겨도 전셋값을 지킬 수 있다”고 말했다.

황정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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