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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얻어쓰기 점점 어려워져|개도국에 외환위기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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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개발도상국들이 돈을 얻어쓰기가 검차 어려워지고 있다. 융자조건이 까다로워진데다가 그나마도 잘 빌려 주려하질 않는다. 이미 막대한 외국빚을 얻어쓴 나라들은 빚막기에 급급하거나 새빚을 얻지못해 원리금상환을, 연기하는 등 심각한 외환위기에 빠지고 있다. 이자부담만해도 매년총수출액의 30%를 웃도는 브라질·아르헨티나·칠레·멕시코 등 중남미국가의 사정은 더욱 급하다.
매년 갚아야할 원금까지 합치면 전채수출액의 70∼1백%에 이르는 이들 국가로서는 이리한 「발등의 불」을 끄기 위해서라도 막대한 외화의 추가도입이 급박한 형편이다.
잘 꾸어주려 하지 않는 은행에서 돈을 얻어다 쓰려니 자연 조건이 까다롭기 마련.
아르헨티나가 도입한 차관의 경우 가산금리(국제금리에 더 얹어주는 금리)는 81년만해도 0·625%이던것이 82년 들어서는 1∼1·25%로 높아졌으며 포클랜드분쟁이 시각된 이후에는 그나마도 얻어 쓰질 못하고 있다.
그러나 올해 갚아야 할 외국은행빚만해도 1백16억달러나 된다.
브라질도 81년초 이후에는 2·125%라는 높은 가산금리를 더 물고있으며 멕시코·칠레·페루 등에 대한가산금리도 82년들어 1%이상으로 차차 높아지고있다.
더구나 기존금리도 81년부터는 리보금리 (런던은행간금리)대신 그보다 1%정도 높은 미프라임 레이트(우대금리) 로 바꾸는 경향이 있어 개도국의 외화부담은 더욱 높아지고있다.
차관기간도 크게 짧아져 멕시코의 경우 79∼80년에는 8∼10년정도 넉넉한 기간동안 빌려주던 것을 81년 부터는 1∼4년 이상은 거의 없는 실정이며 1년 이하의 단기차입이 점차 증가하고있다.·
멕시코가 올해 갚아야할 외국은행 빚은 무려 2백78억달러다.
개다가 형편이 더욱 어려운 자이레·수단·우간다·코스타리카등 아프리카국가와 볼리비아·니카라파등은 신규차관도입이 아에 중단됐다.
어렇게 갚을 빚은 많아진 반면 국제금융시장의 차입환경은 계속 악화되자 이미 25개 개도국들이 외채상환을 연기했으며 그밖의 몇몇 국가도 대출은행의 불랙리스트에 이름이 올랐다.
개도국들의 사정이 이토록 어려워진 것은 여러 가지 요인이 있지만 가장 주요한 것은 수출대강국인 선진국들의 경기침체와 국제적인 고금리.
선진국의 장기적인 경기침체로 주요수출품목인 원유등 각종원자재의 가격이 하락한데다가 고금리로 인한 외채이자부담은 크게 늘어나는 실정다. 게다가 석유수출로 그동안 호황을 누려온 멕시코등은 의욕적인 개발계획을 마련, 막대한 외화를 들여왔으나 최근 경기가 급속히 악화되고 외채의 만기상환일이 도래하는등 여건의 변화로 일대위기를 맞고있다.
이에비해 한국등 동남아국가의 형편은 나은 편이다.
그런대로 꾸준한 경제성장을 나타내고 있고 물가나 국제수지등 제반여건이 훨씬 견실하기 때문이다.
정치적안정도 컨트리리스크 평점을 낮추는데 한몫을 하고있다.
따라서 가산금리도 0·5%이하로 낮아지고있으며 상환기간도 8∼10년으로 넉넉히 잡을 수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금년초 들여온 외환은행의 5억달러차관은 일부는 리보금리에 0·5∼0·375%, 나머지는 미프라임레이트에 0·2∼0·25%를 덧붙인 유리한 조건이었다. 이는 80년의 가산금리 0·75∼0·875나 81년의 0·5∼0·625에 비해 상당히 호전된 것이다.
우리나라는 해마다 안고 돌아가는 외화채무가 약1백억달러 규모가돼 이를 꾸려가려면 외국돈을 계속 들여 와야한다. 돈빌기가 수월해진 것이 위안이라면 큰 위안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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