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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비즈] 외국인 박사 가르치는 고교선생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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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 김성여 교사(맨 왼쪽)가 외국인 연구원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다.[LG화학 제공]

대전 계룡공고에서 23년째 과학을 가르치고 있는 김성여(45) 교사는 지난 4월부터 저녁 시간이 되면 한국어 강사로 변신한다. 대덕연구단지에 있는 LG화학 기술연구원에서 외국인 연구원에게 한국어를 가르친다.

현재 김씨의 외국인 제자는 초급반 4명, 중급반 8명 등 모두 12명이다. 김씨의 외국인 제자들은 대부분 박사급 과학자들이어서 분석적으로 따지고 드는 경우가 많다. 그럴 때마다 김 교사는 "언어를 배울 때는 따지고 들지 마라"며 목소리를 높이기도 한다.

한국어 수업은 영어로 진행된다. 평소에 영어에 관심이 많아 해외 콘퍼런스에 참가하는 등 꾸준히 실력을 쌓아 큰 어려움 없이 강의를 하고 있다.

이대 과학교육과 79학번인 김씨는 졸업 후 교편을 잡으며 틈틈이 집 근처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 방문한 외국인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는 자원봉사를 해왔다. 말 뿐만 아니라 문법 등 전문적인 내용을 배워야 제대로 한국어 교육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2년 전 충남대에서 마련한 한국어 강사 교육과정을 이수했다. 김 교사는"시간당 받는 4만~5만원선의 강의료보다 한국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데 일조하고 있다는 보람이 더 크다"고 말했다.

통상 1년 단위로 계약을 하고 한국에 오는 외국인 연구진들이 여기서 제대로 연구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한국에 잘 적응해야하고 그러기위해선 '한국어 실력'을 길러줘야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서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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