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융자약속 벋고 집샀다 전세금 못치러, 주택은 등서, 통화환수 지시 따라 매매계약 잇따라 깨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1면

주택은행을 비롯한 특수은행들이 갑자기 대출을 않는 바람에 은행융자를 믿고 짐을 옮기려던 사람들이 큰 낭패를 보고 있다. 주택은행·국민은행· 중소기업은행·농협·수협 등은 지난 19일부터 신규대출을 일체 중단했는데 은행측은 통화환수를 위한 당부지시 때문이라고 밝히고 있다. 시중은행들도 선별대출을 강화, 새로 돈나가는것을 억제하고 있다. 특히 주택은행은 사전 예고없이 주택자금 등도 동결, 은행융자를 전제로 집을 샀던 사람들이 잔금을 치르지 못해 길거리에 나서게 될 처지에 놓이는 둥 연쇄적으로 소동이 일고있다.
서울 잠실2단지 271동509호 조화연씨(45)의 경우 주택은행 강남지점에서 20일 주택구입자금 8백만원을 대출받기로 돼 있었으나 이날 상오 10시 은행에서 대출이 동결됐다며 일방적으로 융자를 해주지 않더라는 것.
남편이 교사인 조씨는 지난 10일 공무원에게 수혜되는 주택구입자금을 신청, 8백만원 융자를 계산해 현재의 32평 아파트를 1천4백70만원에 팔고 50펑형을 2천2백만원에 구입했다.
조씨는 계약금과 중도금을 모두 치르고 이날 융자돈으로 잔금을 치르게 돼 있다.
조씨는 급전이라도 구하려고 동분서주하고 있으나 은행동결소식이 나돌면서 사채도 움츠러들어 잔금마련길이 막막하다고 말했다. 또 어운행에 중장기 부금에 가입, 20일 8백만원을 융자받기로 돼 있었던 이모씨(42)는 전세에서 잠실 5단지 513동 503호 50평형 아파트를 구입해 이날 잔금과 동시 이사를 하기로 돼있었으나 느닷없이 대출을 받지 못하게 돼 잔금지불도 못하고 계약취소를 우려하며 발을 구르고있다.
이씨는 전세살던 집은 이미 다른 전세자가 들어와 할수없이 인근 친척집에 임시로 짐을 옮겨 기거하고 있다.
한편 이씨에게 아파트를 팔았던 박모씨(53)는 역시 이씨로부터 잔금이 들어오지 않자 자신이 이사갈 집에 잔금을 치르지 못해 집주인이 잔금독촉을 하며 집에와 소동을 벌였다.
서울 잠실 5단지상가의 경우 10여개의 부동산소개업소에 이같은 피해자들이 5∼6명씩 되는등 서울시내 시흥동·명일동·학동 둥 주택자금대출조건인 25평 이하·신축 5년 이내의 아파트가 많은 지역에 피해자가 속출하고 있다.
조씨는『공신력을 생명으로 하는 은행이 일방적으로 계약을 어기는 것은 있올 수 없는 일』이라고 분개했다.
이러한 은행의 대출중단은 이철희·장영자사건의 사채파동 이후 갑자기 시중에 돈을 풀었다가 늘어난 통화를 줄이기 위해 한국은행이 대출을 줄이도록 권고한 때문인데 8월말까지는 대출중단이 풀리지 않을 전망이다. 한국은행은 돈을 소나기처럼 풀다가 통화가 범람하니 갑자기 놀라서 브레이크를 건 것인데 이 때문에 은행약속만 믿고 집을 산 서민들만 골탕을 먹게된 것이다.
큰 기업들에 대한 대출회수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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