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시자체도 중요 오육행위 요행·요령통할 여지 없애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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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입학시험도 교육행위의 일종이다. 시험을 치르는 학생들은 그 과정을 통해 자기성장에 가장 중요한 경험을 하게되는 인간적인 행사이기도 하다.
성인이 된 뒤에도 오랫동안 대학입시의 경험은 물론 중·고교, 심지어는 시험을 치르지 않는 국민학교 입학행사가 기억되는 것도 그 때문이다. 후회없는 노력을 했을때 그 회상은 즐겁고, 그만한 보상을 받았을때 그 기억은 사회에 대한 긍정적 태도를 무의식중 형성해 놓기도 한다.
그런 점에서 오늘의 대학입시제도는 많은 비관을 면치못하고 있다. 한마디로 비교욱적이라는 지적이다. 우선 최선을 다해 노력하고 그만큼의 결과를 쟁취하는 경험의 기회를 수험생들에게 주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모든 입시에서 낙방자는 있게 마련이다. 다만 실패도 승복할 수 있는 것이어서 자기반성의 계기가 된다면 그것은 더 큰 일을 성취하는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현행 대입제도는 「승복하지 못하는 낙방자」를 양성한다는 결함이 자주 지적된다.
눈치작전에 능해 요령껏 원서만 내면 자기 실력 이상의 대학에 합격하기도 하고, 형편없는 성적으로도 정원미달학과만 고르면 장원을 하는 판이다. 이제서야 낙방자가 충분히 노력을 하지 않았다거나 실력이 미치지 못해 불합격했다고 반성할 턱이 없다. 심지어는 대입지원서를 도박판에서 배팅하듯 내던지는 예도 없지 않다.
룰을 제대로 지킨 학생들이 손해보는 현상은 곳곳에서 있었다. 접수 마감때도 그랬고 면접때도 마찬가지였다. 이번에 드러난 79명의 탈법합격사태는 제도운영 자체의 공신력마저 위태롭게 하고 있다. 이러고서야 어느 수험생이 마음놓고 시험에 응할 수 있겠는가. 일부 수험생들의 성적변조 합격이나 같은 날 2개 대학 동시 응시합격이란 대학별 본고사가 있던 80년 이전까지는 사실상 불가능했다. 이런 일이 금년으로 끝난다는 보장도 없다. 현행제도는 당분간 계속한다는 것이 문교부의 방침이고 보면 이 같은 사태는 게속될 수 밖에 없다. 내년에는 현재 2개 대학 지원허용규정을 1개대학으로 바꿨지만 지원제한 자체를 위반하는 수험생이 없다고 단언할 수 없다.
더우기 성적 변조 합격자가 또 나타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따라서 부정합격자 색출작업은 해마다 계속할 수 밖에 없을것 같다. 그러나 문제는 이것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부정합격자의 그늘에는 이들로 인해 억울하게 낙방한 수많은 피해자가 있다.
선의의 피해자들은 무엇으로 보상할 것인가. 승부의 세계에는 공정한 판정으로 가려지는 승자와 패자가 있는 법. 문교당국은 부정합격자 색출만으로 만족할 수는 없다. 억울한 낙방생은 무슨 방법으로든 구제해야 한다. 이는 입시관리와 지도감독을 잘못한 대학과 문교당국이 응당 져야할 책임이다. 실추된 대인제도의 공신력 회복과 정의사회 구현을 위해서도 낙방생 구제조치는 반드시 강구돼야 한다.
이와함께 문교부가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한손에 틀어쥐고 있는 중앙집권식 입시제도를 대학당국에 대폭 이양, 보다 교육적인 방향으로 개선하는 방안도 검토돼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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