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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자버스를 놓치지 말자-대기업들 앞다퉈 설립 추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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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단자회사버스를 놓치지 말라』-. 모처럼 열린 단자회사설립에 참여하기 위해 업계에 비상이 걸려있다. 우리나라에서 돈 장사가 손해보는 법이 없다. 돈도 벌고 자금파이프도 갖추기 위해 웬만한 대기업은 대부분 단자설립을 준비하고있다. 삼환기업과 삼부토건이 합작으로 제1호 신청서를 재무부에 제출함으로써 테이프를 끊었고 다른 후보들의 윤곽도 차차 드러나고 있다. 설립신청자격이 법인은 제의되고 개인에게만 국한시키고 있으나 실제로는 대기업의 대주주가 참여할 것이기 때문에 사실상 기업이 단자회사를 차리는 것이나 다를바가 없다. 업계에 따르면 가장 유력한 후보들은 역시 해외건설을 통해 현금력을 쌓아온 건설회사들.
이미 첫번째 신청서를 낸 삼환-삼부팀이 그렇고 여기에 뒤를 이어 동아건설·미륭건설·벽산그룹의 한국건업 등이 후속물망에 올라있고 대림그룹은 회장 이재준씨의 2남 이부용씨(대림요업사장)이름으로 설립준비를 갖추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대기업은 아니더라도 지금까지 은행돈 한번 대출 받아 본 일이 없을 정도로 현금부자라고 알려진 이강학씨 (대연각회장)에게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편 삼성·럭키·효성그룹과 한국화약·대한제분 등도 조심스럽게 내부적인 검토를 하고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밖에도 비교적 개인자격 쪽에 가깝다고 할 수 있는 전원풍사장 이상순씨, 종로2가 J빌딩의 K씨, H지퍼의 C회장 등이 후보물망에 올라있다.
이쯤되자 기존단자회사들이 초 긴장상태가 됐다. 서울지역의 경우 5개 정도를 신규 설립시킨다고 하니까 기존 단자회사 7개까지 합치면 모두 12개가되는 셈이다.
결국 현재까지 7개회사가 사이좋게 나눠먹던 파이를 이젠 12개로 쪼개야하는 형편이다.
신규설립에 참가할 것으로 알려진 대기업은 모두가 현재 기존단자회사들의 대고객인데 이들이 빠져나갈 뿐 아니라 이젠 맞싸워야 할 경쟁상대자로 등장할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후보기업 모두가 참여하지는 않는다 해도 삼환-삼부의 합작처럼 후보 기업들끼리, 혹은 이들 기업 이외의 기업들까지 파트너로서 참여 할 가능성도 크고 보면 기존 단자시장의 재분할은 불가피하다.
더구나 대기업들 입장에서 단자회사를 차리려는 속셈이 손익계산서상의 이익보다는 자기네들의 자금 파이프라인으로 삼자는 것이어서 지금까지의 태평성대에 상당한 파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상호경쟁에 따라 종래의 거만한(?)태도에서 벗어나 신규 고객유치를 위한 서비스개선도 기대할 수 있지만 우선 당장은 기존시장을 쪼개 먹기 위한 치열한 이전투구가 예상된다.
그러나 정부당국이 단자회사설립 자유화를 통해 기대했던 사채자금의 흡수가 얼마나 이루어질지 두고 볼 일이다. 당초의 설계는 지하의 전주들에게 단자회사를 차려줌으로써 지상으로 끌어올리자는 것이었다.
자칫하면 대기업들의 자금조달 파이프만 하나 더 만들어주는 결과가 될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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