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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화, 첫 안방 월드컵 부담됐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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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이상화(왼쪽)가 월드컵 11연패 문턱에서 주저앉았다. 레이스를 마친 뒤 대표팀 후배 박승희와 대화를 나누는 이상화. [강정현 기자]

‘빙속 여제’ 이상화(25·서울시청)가 월드컵 여자 500m 경기에서 11연속 금메달 획득에 실패했다. 연승에 대한 부담이 발목을 잡았다.

이상화는 21일 서울 태릉국제스케이트장에서 열린 2014~2015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스피드스케이팅 월드컵 2차 대회 여자 500m 디비전A 1차 레이스에서 38초18을 기록해 일본의 고다이라 나오(일본)에 0.13초 뒤진 2위를 기록했다. 인코스에서 출발한 이상화는 직선 구간인 100m를 10초41로 통과했다. 20명의 선수 가운데 두번째로 빨랐다. 그러나 100m 지점을 지난 뒤 스피드가 떨어졌다. 마지막 코너를 돌 때 함께 달린 고다이라에 뒤쳐졌고, 결국 뒤집기에 실패했다.

 이번 대회 은메달로 이상화는 2012~2013시즌 월드컵 파이널 2차 레이스부터 시작된 10개 대회 연속 월드컵 금메달 행진을 마감했다. 하지만 그의 표정은 담담했다. 이상화는 “연승에 대한 부담이 있었던 것 같다. 차라리 홀가분한 마음도 있다. 어떻게 늘 이길 수 있겠는가”라고 했다. 그러나 국내 대회에서 우승하지 못한 것에 대해서는 아쉬움을 나타냈다. 이상화는 “처음 국내에서 열리는 대회에 출전해 설렜다. 100m 코너를 돌 때와 마지막 코너에서 발이 빠지는 실수를 저지른 게 아쉽다”고 말했다.

 지난 1차대회에서 디비전B(2부리그) 2위와 1위에 올랐던 박승희(22·화성시청)는 디비전A 데뷔전에서 11위에 올랐다. 중후반 레이스가 중요한 쇼트트랙 특성상 출발 훈련이 부족했던 박승희는 그동안 초반 100m에서 11초대에 머물렀다. 하지만 집중 훈련을 통해 이날 10초대(10초97) 진입에 성공했다. 중반 이후에도 안정된 코너워크 능력을 선보이며 39초14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개인 최고기록(39초03)에는 못 미쳤지만 좋은 기록이었다. 박승희는 “첫 100m에서 처음으로 10초대에 진입한 것만으로도 만족한다”고 했다.

 박승희는 레이스가 끝난 뒤에도 안쪽 트랙을 돌며 경기장을 떠나지 않았다. 그는 “상화 언니 레이스를 보고 싶어서 그랬다”고 말했다. 이상화는 “승희가 나를 기다리더니 ‘괜찮다’고 위로해줬다. 고마웠다”며 미소를 지었다. 박승희는 “언니가 상심할까봐 그랬다”며 “언니와 함께 훈련하면서 나도 모르게 조금씩 기록이 좋아졌다”고 말했다.

이상화와 박승희는 22일 오후 같은 장소에서 월드컵 2차 레이스에 출전한다. 

 한편 모태범(25·대한항공)은 남자 500m 1차 레이스에서 35초36의 기록으로 은메달을 따냈다. 

글=김효경 기자
사진=강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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