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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에 대한 반발...자연을 추구|「신구상회화의 미술사적 위치」강연|추상화의 미학적형태놀이를 비판|무비판 벗어나 선택적인 도입 필요&&국내전시는 서구미술 수용에 하나의 전기이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서울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프랑스 신구상회고전」(9윌5일까지)은 국내화단에 하나의 충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지난 9일 하오 서울미술관 뒤뜰에서 열린 신구상회화 강연회는 폭염에도 불구, 2백여명의 관중이 몰려 대성황을 이뤘다.
이날 강연회에셔는 정병공교수(이대 미대) 의 「현대회화사 문맥에서 본 신구상」 , 성완경교수(인하대)의「이미지 문화속의 사진이미지와 미술」, 김윤수씨(미술평론가·서울미술관장)의 「서구미술 수용에 따른 제반 문제」 등이 발표됐다.
첫 연사로 발표에 나선 교수는 『현재 진행중인 회화 경향의 하나인「누벨·휘규라숑」 은 과거와 현재의 미술조류와는 다른 몇가지 속성을 지닌다』고 말했다.
즉 신구상회화는 그 주제선택에 있어서 60년대 구미가 누린 대중소비사회에 대해 냉담할뿐 아니라 이를 이룩하게 한 제3의 산업혁명과 자본주의 경제체제 하의 서구사회·문화 등에 비판적이고 거부반응을 보이면서 자연으로 돌아가려는 경향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미술사적 맥락에서 보아 산업문명에 반발하여 나타난 첫번째 회화경향은 낭만주의. 그 후 상징주의와 초현실주의를 거쳐 등장한 것이 바로 신구상이다.
신구상 회화에서는 그 내용이 구체적으로 정치에 집중된 것이 많았고, 초기에는 정치적·사회적 이데올로기를 너무 내세운 나머지 「아름다움」이라는 미학적 차원을 결여한 작품들도 많았으나 시간이 지남에 따라 격렬함이 줄어들고 있다는 것. 특히 인물을 주제로 하지 않는 풍경화에 있어서는 그 같은 의도가 간접화법으로 표현되고 있다.
정교수는 『신구상은 미학적 형태놀이에 불과한 것처럼 보이는 추상회화와 래디 매이드 원리에서 출발한「공정증면이 예술에 반대하는 것』이라고 설명하고 『이채로운 조류가 미술사에 있어서 하나의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리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김윤수씨는 『프랑스 신구상회화전은 서구미술 수용에 있어 하나의 전기를 마련한것』이라고 말하고 『이제 우리는 과거의 무비판적 수용태도를 벗어나 오늘의 세계질서 속에서 서구미술을 보고 비관적·선택적으로 수용해야한다』고 강조했다.
50년대 말부터 지금까지의 우리 현대미술사의 주류는 서구의 충실한 재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것이 그의 지적.
이는 외국미술의 방법인 ▲문헌을 통한 같은 전문서적 빈곤으로 ▲외국작품을 국내에서 보는 길은 정부의 예산빈약으로 ▲외국에 나가 살면서 보고 오는 길은 일부 선택층의 편파적 취향으로 제기능을 다하지 못한 때문이라는 것이다.
즉 정보의 홍수 속에서 살고 있으면서 정보의 부재, 일방적 정보에 의해 통제당하는 기현상이 일어났다는 것.
여기에 주체적 시각마저 결여돼 우리도 서구의 현대미술을 하나의 「사상」으로서 보다는 새로운형식 혹은 양식으로만 받아들인데 문제가 있다는 얘기.
그는 『이번 프랑스 신구상회화전을 통해 작가의 발상이나 표현형식·기법면에서 새롭고 시사적인 면을 많이 볼 수 있지만 그것만을 받아들인다면 또 하나의 유행으로 그치고 말뿐』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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