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 진해 노인요양원 서정기 이사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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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 서정기(오른쪽 첫번째) 이사장이 노인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화장품을 팔아 번 돈으로 노인요양원을 운영하니 젊은 사람들이 노인을 공경하는 셈이지요."

최근 문을 연 진해 노인전문요양원 서정기(44) 이사장의 본업은 화장품 유통업이다. 한때 경남에서 다섯 개의 체인점을 운영하며 연간 40여 억원의 매출을 올리기도 했다.

1991년 10월 창원에 화장품 가게를 처음 낸 그의 사업은 97년 IMF 사태로 실직 남편을 대신해 일터로 나가는 여성이 늘면서 번창했다. 장사가 잘 될수록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 덕분에 돈을 벌었다는 미안함도 커졌다. 가난 때문에 대학진학도 포기하고 이라크에서 근로자로 일하기도 했던 그는 번돈 일부로 이웃을 도우면서 미안함을 달래기 시작했다. 이웃돕기의 보람을 느끼기 시작한 그는 2001년 노인복지사업을 하기로 작정, 시유지를 싸게 내놓고 편의시설 제공에 적극적인 진해시에 정착을 결심했다.

2001년 말 사회복지법인을 세우고 진해만이 보이는 부지 5000평을 사들여서 건축을 시작했다. 사업비 52억원 중 39억원은 국비.시비로 보조를 받고 13억원을 부담해 175병상 규모의 건물 3채를 지었다. 노인들을 편안하게 모시기 위해 5억원을 추가 출연, 시설면적을 보건복지부가 정한 기준보다 346평이나 늘리고 공연장과 녹지공원까지 조성했다.

지원받는 운영비가 부족해 화장품 유통업을 하면서 번 돈을 연간 8000만원씩 내놓지만 마음은 홀가분하다. 그는 "요양원의 운영비에 한 푼이라도 더 보태기 위해 화장품 유통업을 계속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틈만 나면 노인들의 말벗이 되는 그는 "여유 있는 사람들이 복지사업에 많은 관심을 보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글.사진=김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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