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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자거래 범위 대폭 확대 "계열사 임직원까지 포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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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증권.선물에 투자하는 것이 금지되는 내부자의 범위가 크게 확대될 전망이다.

윤증현 금융감독위원장은 지난달 30일 제주 롯데호텔에서 열린 '증권.선물산업 및 시장발전 세미나'에서 "미공개 정보 이용을 효과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내부자의 범위를 계열사 임직원 등 내부 정보에 실질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사람까지로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윤 위원장은 "국내 금융시장의 규모가 급격히 커졌지만 질적 요소인 투자자 보호 측면에서는 매우 낮은 평가를 받고 있다"며 "투자자의 신뢰를 해치는 불공정 거래를 근절하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밝혔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은 5월 발표한 국가경쟁력에서 한국의 투자자 보호를 60개국 중 53위로 평가했다. 금융당국이 적발한 불공정 거래는 2001년 165건에서 지난해 150건으로 감소했지만 미공개 정보 이용 행위는 15건에서 40건으로 급증했다.

금감위는 이에 따라 현재 상장회사 임직원으로 규정돼 있는 내부자의 범위를 관계회사 임직원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이럴 경우 상장돼 있는 모회사의 사정을 잘 아는 자회사 임직원이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주식.선물에 투자해 이익을 얻는 행위를 할 수 없게 된다. 금감위 관계자는 "업무 협의 등의 과정을 통해 자회사의 임직원도 내부 정보를 취득할 수 있으므로 사실상 내부자로 간주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금감위는 또 내부자로 규정되는 주요 주주의 기준을 현재 '10% 이상 지분 보유자'에서 '5% 이상, 또는 1% 이상 지분 보유자'로 낮추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또 상장사와 일정 규모 이상의 계약을 추진 중인 거래 회사의 관련자들도 계약 체결 등 일정 시점이 지나면 내부자로 간주한다는 방침이다. 부정한 수단이나 방법을 동원해 다른 사람을 기만하는 행위를 '포괄적 사기'로 처벌하는 방안도 고려 중이다. 기업지배구조가 복잡해지고 이해관계자가 많아짐에 따라 현행 법령으로 처벌하기 어려운 새로운 유형의 내부자 거래가 많아지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현행 증권거래법은 내부자가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불공정 거래를 할 경우 최고 무기징역에 처하거나 부당이익의 3배까지 벌금을 물도록 하는 한편 10년 이하의 자격 정지 등의 처벌을 받도록 하고 있다.

금감위 관계자는 "내부자 범위를 지나치게 확대할 경우 개인의 권리를 침해하고 불필요하게 시장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있는 만큼 신중하게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나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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