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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 누구 없소 … ‘소리마녀’ 15년 만에 잠을 깨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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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한영애는 자신의 노래 ‘코뿔소’처럼 뚝심있게 자신의 길을 걸어 온 가수다. 그는 녹록지 않은 환경에서 음악을 하는 후배들에게 “스스로를 믿고 자신만의 음악을 하라”며 “다만 음악하는 길이 외롭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새 앨범은 26일 정오 주요 음원사이트에서 공개한다. [뉴시스]

마녀가 기적의 주문을 왼다. 심장을 움켜쥐는 듯한 강한 전류가 목소리를 타고 흐른다. 가수 한영애다. 19일 서울 강동아트센터에서 열린 정규 6집 ‘샤키포’의 발매기념 쇼케이스에서 그는 귀기(鬼氣) 어린 눈빛으로 마녀의 귀환을 알렸다. 정규 앨범은 5집 ‘난·다’ 이후 무려 15년 만이다. 오랜 세월 한결같이 기다려온 팬들에게 그는 이렇게 인사했다.

 “저뿐만 아니라 모든 음악인은 늘 앨범에 대한 욕망이 있어요. 10년 동안 정신이 자유롭지 못했어요. 라디오나 문화 프로그램 진행에 매진했죠. 그러다 작년 가을부터 음악을 하지 않으면 터질 것 같았어요. 15일쯤 지난 것 같은데, 15년이나 걸린 지 몰랐네요. 다음부턴 숙제를 길게 하지 않을게요.”

 1976년 혼성그룹 ‘해바라기’ 멤버로 데뷔해 ‘신촌블루스’의 객원보컬을 거친 한영애는 성별의 구분이 무색할 정도로 허스키하고 중성적인 음색으로 주목받았다. 86년 솔로가수로 나선 뒤 ‘여울목’ ‘누구없소’ ‘코뿔소’ ‘루씰’ 등을 히트시키며 대중과 평단을 동시에 사로잡았다. 록·블루스·테크노·트로트까지 한영애의 몸을 통과한 모든 노래는 ‘한영애식 장르’로 탈바꿈했다. 누가 뭐래도 그는 자신의 길을 걷는 ‘코뿔소’였다.

 15년의 기다림 끝에 한영애가 던진 화두는 ‘기적’이다. 앨범 제목인 ‘샤키포’는 그가 만든 주문이다. 세상을 깨우는, 기적을 일으키는 주문이다. 그는 앨범명과 동명의 곡에 이렇게 가사를 달았다. ‘달려라. 태양을 향해서. 경계를 넘어서. 뒤돌아보지마. 겁먹을 거 없어. 너의 꿈을 버리지마. 기적은 일어날 거야.’

 “우연인지 모르지만 앨범에 참여한 20여 명의 스태프가 모두 희망과 긍정을 말했어요. 저도 슬픈 노래를 부르기 힘들 정도로 맑은 상태였고요. 올 한해 나라 전체가 우울증에 걸렸잖아요. 힘겨운 시간을 보내면서 그 반대급부로 희망이 표출된 것 같아요.”

 6집은 한영애식 표현으로 ‘하이브리드 앨범’이다. 순수 발라드부터 리듬앤블루스·컨트리·레게 등 다양한 장르를 섞었다. 앨범엔 김도현·강산에·유앤미블루의 방준석 등 여러 음악인이 참여했다. 그의 주종목이던 정통 블루스나 강한 록 음악 대신 발라드를 중심으로 풀었다.

조용필 19집 ‘헬로’(2013)를 프로듀싱 했던 박병준씨가 앨범을 조율하면서 사운드에도 공을 많이 들였다. 20년지기인 황경신 작가가 10곡 중 6곡의 가사를 쓴 것도 이색적이다.

 한영애는 새 앨범을 녹음하면서 이상하리 만치 힘이 솟았다. 노래도 나날이 잘됐다. 2년 전 ‘나는 가수다2’(MBC)에 출연하면서 젊은 세대와 호흡했던 것이 변화의 계기였다. 나이에 대한 고정관념이 싫어 나이를 공개하지 않는 그는 “점점 젊어지는 것 같다”고 했다.

 “지금껏 쌓아둔 힘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온 것 같아요. 아직 내 안에 소리가 많이 남아 있나 봐요. 40년을 노래했지만 무대 위에서 노래하고 싶은 욕망은 여전합니다.”

 변함없는 목소리의 관리 방법을 묻자 “그저 세 끼 밥 먹기, 여덟 시간 자기, 밥 먹을 때 행복한 마음 갖기가 유일하다”고 했다. 얼굴도 꾸미지 않는 편이라, 올해 목표는 선크림을 바르면서 하루 5분씩 거울을 보는 것이다. 그가 유일하게 신경 쓰는 것은 긴 머리다.

 “스타일리스트가 묻더라고요. ‘얼굴이 중요하냐, 머리가 중요하냐.’ 2초 생각하고 얼굴보다 머리가 더 중요하다고 했어요. 머리가 나풀거리면서 볼을 때려야 노래를 잘할 수 있거든요. 박자가 틀리면 머리를 흔들어요. 머리카락이 볼을 애무하면서 ‘정신 차려. 잘 될 거야’라고 얘기하죠. 머리카락이 늘 애무해주길 기다립니다.”

김효은 기자

◆한영애 콘서트=12월 27~28일, 서울 강동아트센터 대극장 한강, 5만5000원~9만9000원, 예매 인터파크 1544-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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