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투자자들 가장 큰 패인은 조급증"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5면

미국의 전설적인 투자자 워런 버핏(72)이 운영하는 투자회사 '버크셔 헤서웨이'가 1분기 중 사상 최대의 이익을 냈다.

미국을 비롯한 세계 증시가 죽을 쑤고 있는 상황에서 그의 탁월한 투자능력이 다시 한번 검증된 셈이다.

버핏은 중증 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 확산에도 불구하고 최근 중국의 국영기업 지분을 대거 사들여 전세계 주식투자자들을 놀라게 하기도 했다.

그는 미국의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선정한 2003년 세계 2위의 갑부(3백5억달러)이며,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스가 세계적으로 가장 존경받는 다섯번째 경영인으로 꼽는 등 돈과 명예를 동시에 거머쥔 인물이다.

◇시장침체 국면에서 돋보인 투자수익=버핏은 1960년대말 투자전문회사인 버크셔 헤서웨이를 설립한 뒤 35년간 엄청난 투자수익을 내며 '20세기 최고의 투자자'로 군림해 왔다. 영국의 경제전문지인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수십년간 그의 연평균 투자수익률이 50%를 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버핏은 4일(이하 현지시간) "버크셔 헤서웨이가 대주주인 제너럴 재보험의 실적이 4년 만에 흑자로 돌아서는 등 보험부문의 실적이 대폭 호전돼 1분기 중 총 17억달러의 수익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사상 최대의 분기수익이다. 버크셔 헤서웨이는 50개 계열사를 거느린 지주회사로 시가총액이 8백4억달러(약 89조원)에 이르며 코카콜라 지분 8%와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지분 11%를 소유하고 있다.

주가는 지난주 말을 기준으로 이 회사연초 대비 2.12% 하락했다. 그러나 이는 연초대비 5%가량 하락한 S&P500 지수나, 약16% 하락한 나스닥 지수에 비해 매우 양호한 성적이다.

◇증시전망=버핏은 최근 중국 최대의 석유회사 페트로차이나의 주식 13.75%를 사들여 지분율 3위 주주에 올랐다.

투자자들은 투명성을 중시하는 버핏이 상대적으로 지배구조가 불투명한 중국 시장에 대규모 투자를 감행한 이유에 대해 혼란스러워하며 또 한번의 '깜짝 투자기법'을 기대하고 있다.

버핏의 측근들은 "요즘 그가 주요 투자주식으로 재무적으로 안정된 중소규모 개인회사의 주식에 집중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버핏의 증시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그는 최근 포천닷컴에 공개된 '투자자들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주가가 3년 이상 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뉴욕 증시의) 주가는 여전히 적정가치보다 높은 수준"이라며 아직 투자 적기가 아님을 시사했다.

◇워런 버핏식 투자전략=좋은 주식을 고르는 선구안과 주가가 매력적인 수준으로 떨어질 때까지 기다리는 인내심을 기르는 것이 버핏식 주식매입 전략의 요체다. 그는 "투자자들이 범하는 가장 흔한 실수는 조급증"이라고 지적한다.

버핏은 또 주식의 단기거래를 워낙 싫어해 "1년 미만으로 보유한 주식의 시세차익에 대해서는 1백% 세금을 부과해야 한다"고 주장할 정도다. 한번 주식을 사면 최소한 5년 이상은 팔지 않는다는 것이 그의 전략이다.

늘어나는 '버핏교 신자'=미국의 대형 펀드들 사이에선 버핏의 투자전략을 모방하려는 움직임이 점차 확산되고 있다. 이런 배경에는 2000년을 전후했던 인터넷 광풍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버핏은 기술주 열풍에도 불구하고 인터넷주 등 첨단기술주를 철저히 외면하고 질레트 등 이른바 굴뚝주로 불리는 전통기업 주식에만 집착했다.

그에 따라 한동안 수입이 대폭 줄어드는 수모를 겪기도 했었지만 결국 인터넷 바람이 잠들면서 다시 고수익 투자의 대명사로 떠 오른 것이다.

◇투명경영과 정의실천의 전도사='가치투자의 대부'인 버핏은 그동안 기업의 회계관행 개선 등 기업의 투명성 확보에 앞장서 왔다. 버핏 등의 투명경영 실천 요구에 따라 미국 의회는 지난해 '기업개혁법'을 통과시켰다.

이 법에 따르면 법원은 투자자를 고의적으로 오도한 기업 경영진에게 최대 25년의 형을 선고할 수 있다. 버핏은 또 "상속세의 폐지는 우리 사회에 빈부격차의 골을 더욱 깊게 만들 것"이라며 백악관이 추진 중인 상속세 폐지에 반대하고 있다.

임봉수 기자

<사진설명>
버크셔 헤서웨이의 회장인 워런 버핏이 4일(현지시간) 네브래스카주 오마하에서 열린 주주총회 리셉션에 모인 주주들 앞에서 노래를 하고 있다. 버핏은 매년 주총 때마다 주주들에게 자신의 경영전략을 설명하는 자리를 갖고 있다.[오마하 AP=연합]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