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느리가 시어머니 뺨을…' 시청자들 경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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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방송분 캡쳐

공중파 TV의 한 시트콤 드라마에서 며느리가 시어머니의 뺨을 때리는 충격적인 장면이 방송돼 물의를 빚고 있다.

KBS 시트콤 '올드미스 다이어리'는 27일 방송분에서 며느리에게 뺨을 맞는 시어머니의 모습을 내보냈다.

방송 내용에서 시어머니는 맞벌이하는 아들 내외를 위해 손자를 봐줬다. 그러나 시어머니가 잠깐 화장실에 다녀온 사이 손자가 식탁에 올라갔다가 뜨거운 국솥을 엎고 말았다.

손자는 가벼운 화상을 입었지만, 병원 응급실에 부리나케 달려온 며느리는 '도대체 애를 어떻게 봤냐'며 시어머니의 뺨을 때렸다. 시어머니는 기가 막혀 눈물을 흘리며 아들에게 하소연했지만 아들도 '어머니가 맞을 짓을 했다'며 외면했다.

이를 본 시청자들은 '너무 충격적이다' '어떻게 이런 패륜적인 내용을 공영방송에서 내보낼 수 있는가' 등의 반응을 프로그램 시청자게시판에 쏟아내고 있다.

'wabckkk' 라는 시청자는 "아무리 그래도 며느리가 시어머니 뺨 때리는게 있을 수나 있는 일인가. 아무리 방송이라 해도 그건 너무 심했다. 잘보다가 갑자기 뺨 때리는 장면 나오니까 충격을 받았다.부모님들도 같이 보는데… 어제의 방송으로 인해 실제로 그런 일이 일어나면 어쩔 것인가?"라는 글을 올렸다.

'princes84'는 "그런 엽기적인 아들 며느리상을 그려놓고 현세태를 반영했느니 어쩌느니 그따위 주장이나 하고 있는가. 그동안 열렬한 올드미스다이어리팬이었지만, 어제의 충격으로 정이 뚝 떨어졌다. 작가나 연출자들이 조금이라도 생각이 있다면 그런 식으로 방송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비난했다.

'lino4142'는 "아무리 현대 사회가 많이 변했지만, 또 아무리 그런 일들이 있었다고 해도, 가족들이 모여앉아 보는 시간의 드라마에 그런 장면을 연출한 드라마 관계자들… 부모님과 자식들 앞에서 말문이 막혔다. 당신들도 가족이 있을 것 아닌가"라고 주장했다.

방송에 적합하지 않은 설정이었다는 비난이 이어지는 가운데 현실 속의 문제점을 끄집어내 공론화한 연출이라는 옹호글도 적지 않았다.

며느리가 시어머니의 뺨을 때리는 설정이 극단적이긴 했지만, 부모 대접은 커녕 아이를 봐주지 않으면 따가운 눈총을 받아야 하는 요즘 노부모들의 서글픈 현실을 적나라하게 조명했다는 것이다.

'angelot75'는 "모자라는 기력에도 손주를 길러야 하는 할머니, 죄송스럽지만 부모님께 아이양육을 기댈 수 밖에 없는 자식들, 그리고 이같은 상황에서도 저출산의 심각성에 대해서만 이야기하는 사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에피소드였다"고 지적했다.

또한 드라마에서의 이같은 설정이 실제로 있었던 일이라는 고발성 글도 적지 않게 올라왔다.

한편 이 시트콤의 연출자 김석윤 PD는 28일 시청자게시판에 글을 올려 "27일 방송된 에피소드는 가족관계의 붕괴를 의미하지도, 이 땅의 수많은 자식들을 비난하기 위함도 아니었다. 단지 오늘날 부모 자식간의 갈등의 극단을 보여주고 싶었다. 에피소드가 실화였든 허구였든 우리 주변에서 일어날 수 있는 현실의 극단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제작의도를 설명했다.

김PD는 이어 "한편으론 (시청자게시판의) 이렇듯 많은 비난의 글들을 보면서 홀가분함도 느꼈다. 정말 고맙다는 생각도 들었다. 우리가 사는 세상이 그냥 따뜻하고 행복했으면 한다. 그러나 그럴 수만은 없다는 것도 안다. 단지… 그냥 좀 더 인간적이었으면 하는 바램이다"라고 덧붙였다.

정현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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