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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련복 상인·통기타 공연 … 추억 파는 전통시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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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지난 13일 경기도 오산시 3·8야시장에서 한 가수가 7080 가요를 부르고 있다. [사진 오산시]
이곳에서 25년째 장사하고 있는 이현수씨가 교련복을 입고 손님이 주문한 빈대떡을 자르고 있는 모습. [사진 오산시]

지난 15일 오후 6시30분 경기도 양평군 양평읍 양평물맑은시장. 해가 저문 중앙선 양평역 인근 장터에 조명이 환하다. 공설주차장에 마련된 문화야시장에선 추억의 7080 세대 노래가 흘러나온다. 조그맣게 마련된 무대에서는 통기타 가수가 1980년대 히트가요인 ‘내 마음의 보석상자’를 부르고 있다. 관람객 200여 명 중 상당수는 자녀를 동반한 40∼50대 중년층이다. 서울에서 가족과 함께 온 이명호(52·회사원)씨는 “연애할 때 즐겨 듣던 발라드 노래를 다시 들으며 야시장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며 만족해했다.

 지난 13일 오후 7시30분 경기도 오산시 오산동 3·8야시장. 3과 8이 들어가는 날에 서는 5일장이라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이곳에서도 70~80년대 히트곡들이 스피커를 통해 은은하게 흘러나온다. 무명가수들이 공연하는 ‘야시장 콘서트’ 주변에도 관람객이 몰렸다. 상인들은 교련복을 입고 손님들의 발길을 붙잡고 있다. 25년째 가게를 운영하는 이현수(54·여)씨는 “7080 노래를 따라부르며 야시장을 찾는 손님이 부쩍 늘었다”며 “교련복 아이디어도 반응이 좋다”고 말했다.

 경기도 내 야시장이 7080 콘셉트를 곁들이며 손님 맞이에 본격 나섰다. 양평물맑은시장과 3·8야시장이 대표적이다. 1970~80년대 가요와 문화에 대한 반응이 높아지자 도내 전통시장들도 야간개장을 통한 7080 마케팅에 잇따라 뛰어들었다.

 양평물맑은시장에서는 지난달 11일부터 토요일 밤마다 문화야시장이 열리고 있다. 오후 3시부터 오후 11시까지 개장한다. 밤시장의 정취는 기본이고 볼거리·들을거리에 먹거리와 체험행사가 더해지면서 오감을 만족시켜주고 있다. 지역상인과 토박이 문화인, 지역 청년 창업가들이 설치한 20여 개 부스도 열차를 연상시키듯 늘어서 손님을 맞고 있다.

 무대 맞은편엔 포장마차들이 성업 중이다. 메뉴도 메밀전병·수수부꾸미·돼지감자전·더덕구이·왕우렁이무침 등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음식들로 채워져 있다. 옛 시절 향수가 담긴 뽑기와 물방개 놀이도 인기다. 지역에서 생산된 친환경 농산물을 직거래하는 코너는 덤이다. 가격도 시중가보다 30% 이상 저렴하다. 장수현 양평물맑은시장 사업단장은 “입소문이 나면서 2000명이 넘는 손님이 찾고 있다”며 “중년층에겐 추억을, 젊은 세대에겐 색다른 경험을 선사하자는 취지가 적중한 것 같다”고 말했다.

 3·8야시장은 오후 2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열린다. 상인들은 중앙통로에 40여 개 좌판을 깔고 빈대떡·육전·오색약과·홍어회·닭발과 옛날 핫도그 등을 팔고 있다. 부산에서 왔다는 최창우(56)씨는 “7080 카페도 아니고 전통 야시장에서 통기타 가수의 노래를 들으니 느낌이 색다르다”며 “정겨운 음식과 노래가 있는 이런 분위기가 바로 야시장의 매력이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이곳이 처음부터 7080 야시장은 아니었다. 2000년대 초까지만 해도 오산중앙시장이란 이름의 평범한 전통시장 중 한 골목이었다. 전철역이 가까워 늘 손님이 가득했다. 하지만 바로 인근에 대형마트가 들어서면서 인적이 뚝 끊겼다. 상인들은 머리를 맞대고 탈출구를 찾았고, 이때 나온 추억을 곁들인 야시장 아이디어가 예상 외의 대박을 치게 됐다.

 이들 야시장 2곳은 지난 9월엔 경기도가 선정한 문화야시장 지원 대상에 뽑혀 1000만원씩 지원을 받게 됐다. 라호익 경기도 사회적경제과장은 “내년에도 문화야시장에 대한 지원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양평·오산=전익진·임명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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