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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찾아 온 할아버지 나라 … ‘아리랑’연주 땐 가슴이 쿵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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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러시아 챔버 오케스트라가 우리 민요 ‘아리랑’ 연주를 마치자 객석에서 박수가 터져 나왔다. 20~50대 러시아 연주자로 이뤄진 오케스트라 앞 줄에는 10대 여학생 첼리스트가 연주를 하고 있다. 겉보기에는 러시아인 같지만 고려인 3세인 아나스타시아 우샤코바(13·사진 왼쪽)양이다. 그는 전씨 성을 가진 고려인 할아버지를 뒀다.

 그가 속한 러시아 챔버 오케스트라 ‘브라이트 보우스(Bright Bows)’는 14일 서울을 시작으로 19일 부산문화회관, 21일 경남 김해 문화의전당, 22일 제주 설문대 여성문화회관 등 전국 순회연주회를 연다.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다. 우샤코바는 러시아 노보시비르스크 중앙음악학교에 재학 중이다.

 그가 한국 연주회에 나선 것은 조상의 뿌리를 알게 해주겠다는 어머니 따띠아나 우샤코바(48)의 뜻에 따른 것이다. 어머니는 올해 한국 순회공연 경비 1억여원을 모두 부담했다. 지난해 한국 순회공연 때도 전세기로 오케스트라 단원들을 실어 날랐다. 가스회사 대표로 러시아 부호인 어머니가 딸의 한국 순회공연에 아낌없이 투자하고 있는 것이다.

 그가 한국과 인연이 닿은 것은 부산 출신 박광식(47) 바이올리니스트가 러시아 노보시비르스크 글린카 국립음악원에 유학 가서 마리나 꾸지나(55) 지도교수를 만나면서부터다. 꾸지나 교수는 우샤코바가 활동 중인 오케스트라를 지도하고 있었다. 꾸지나 교수는 기량이 뛰어난 제자들을 모아 오케스트라를 1993년 창단했다. 우샤코바 어머니의 뜻을 알게 된 박씨는 귀국 후 ‘스페이스 움’ 김은숙(44) 대표와 함께 지난해부터 러시아 챔버 오케스트라를 초청했다.

 “한국에 오면 고향에 온 것처럼 편안하고 아리랑을 연주하면 가슴이 뛰어요. 할아버지 피가 흐르는 것을 느끼겠어요.” 연주회를 마친 우샤코바의 말이다.

글=김상진 기자, 사진=송봉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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