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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기띠는 「한국근대인물」연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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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근대사상가들을 중심한 인물연구가 점차 관심의 도를 더해가고 있다. 최근 몇몇 출판사를 비롯해서 기념사업회와 연구회, 그리고 소장교수와 대학원생 등이 근대사상가들에 대한 「인물연구」에 높은 관심과 의욕을 보이고 있다. 이는 인물연구가 역사연구의 기초작업이자 근·현대사정립의 필수요소이기도 하지만 특히 「일제」와 「해방」을 살았던 이들 사상가들의 생애와 사상이 오늘날 우리의 삶에 직·간접의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출판사로서는 한길사가 「한국근대사상가선집」을 계획, 이미 ▲한용운(안병직편) ▲신채호(안병직편) ▲김구(송건호편) ▲박은식(이만열편) ▲김창숙(심산사상연구회편) ▲조소앙(강만길편) 등 6권을 내놓았다. 앞부분엔 「인물」이 남긴 글들을 모두 한글로 풀어 실었고 뒤에 연보와 편자의 해설을 붙였는데 독자들의 꾸준한 반응을 받고 있다는것-.
아세아문화사가 펴내는 한국근대사상총서의 경우 박규수(2권) 강위(2권) 황현(2권) 김택영(6권) 김옥균(1권) 어윤중(1권) 김윤식(2권) 등 이미 펴낸 전집만 모두 13종 38권. 전해오는 글들을 모아 그대로 영인, 2백질 정도씩 제작하여 주로 학계에 공급하고 있는데 앞으로 1백여종의 출판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이외에도 몇몇 출판사에서 신채호·한용운·김규식·김옥균·서재필·윤봉길·안중근·이상재 등의 전집·전기·단행본을 펴낸 바 있다.
이들 출판물은 대부분 자료정리의 단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편 「인물」의 생애와 업적을 기리는 각종 기념사업회와 연구회의 활동도 점차 활기를 띠어가고 있다. 현재 기념사업회만도 수십개에 이르는데 이들이 펴는 중요사업의 하나는 문집을 간행하는 일.
소장교수들과 대학원생들의 관심도 높아 이들의 연구논문 중엔 근대사상가에 대한 개척적인 개별연구가 점차 그 양을 더해가고 있다.
이런 과정에서 「인물을 보는 눈」도 크게 달라져 가고있다.
전통적인 역사서술에서는 인물중심의 전기적 요소가 큰 비중을 차지했으나 근대적인 역사방법론의 도입과 함께 이들은 인물을 보더라도 사회 속의 개인, 한 민족 속의 개인이란 입장을 강조한다.
인물을 다루는 학문이 가장 어렵다는 말도 있지만 인물연구엔 많은 애로점이 따른다.
우선 자료상의 문제다.
저술을 포함한 자료들이 일단 정리되고 정확한 사료에 바탕을 둔 전기정도는 나와야 비로소 그 인물에 대한 본격적인 연구가 진행될 수 있다. 역사가 반드시 인물연구여선 안되나 이는 시대사연구의 중요한 뒷받침이 되는데, 현재 있는 자료도 대부분 제대로 정리가 안된 상태다.
아예 자료가 없거나 희귀한 경우는 더욱 막막하다.
일제하에서 독립운동을 하며 역사의 흐름을 주도했던 인물의 대부분은 가산을 탕진하고 가정을 파산시키며 심지어 목숨을 잃는다. 그 후손은 유랑하며 제대로 교육을 받을 수 없었으며 더욱이 선대에 대한 기록을 보존할만한 여력을 가질 수 없었다.
고려대 K교수는 다량으로 쏟아지는 문집들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문중을 중심으로 한 기념사업회가 주로 조상을 선양하려는 일념으로 만들어내는데, 문집을 낼만하다는 공론에 따라 내던 옛날과는 달리 마구잡이로 제작함으로써 낭비적인 요소도 많다는 것이다. <이근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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