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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 무대 넓힌 '제4의 테너' 호세 쿠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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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말 동갑 내기 테너 로베르토 알라냐와 함께 루치아노 파바로티·플라시도 도밍고·호세 카레라스의 뒤를 잇는 ‘제4의 테너’로 급부상한 호세 쿠라(41).

1997년부터 도밍고의 총애를 받으며 에라토 소속 아티스트로 활동해온 그가 지난해 ‘아비에’라는 이름의 음반사를 직접 차렸다. 메이저 음반사의 입맛에 휘둘리지 않고 자신의 음악세계를 마음껏 펼치기 위해서다.

드라마틱 테너인 쿠라와 도밍고는 최근 둘 다 지휘자 겸업을 선언했다는 점에서도 닮은 데가 많다(도밍고는 쿠라의 데뷔음반에서 직접 지휘봉을 잡았다).

2001년부터 폴란드 바르샤바 심포니의 수석 객원지휘자로 활동 중인 그는 이 교향악단과 두 장의 음반을 냈다. 음반사 사장 겸 독창자 .지휘자 등 1인 3역을 맡은 것이다. 오페라 아리아와 아르헨티나 민요를 엮은 '오로라'에 이어 라흐마니노프의 '교향곡 제2번 e단조' 가 국내 출시됐다.

'오로라'는 벨리니의 '노르마', 조르나노의 '시베리아', 폰키엘리의 '라 조콘다', 베르디의 '해적'등 널리 연주되지 않는 테너 아리아를 수록했다. 라흐마니노프 교향곡은 작곡자도 생전에 허락했던 '삭제'없이 한시간 가까이 걸리는 원곡 그대로를 녹음했다.

쿠라가 노래하면서 동시에 지휘봉을 잡은 음반은 여러 장 있었지만 교향곡을 지휘해 녹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올해 중 베토벤의 '합창 교향곡' 녹음에도 도전할 계획이다.

쿠라가 그려낸 라흐마니노프 교향곡은 음산한 북구의 서정보다 남미의 뜨거운 열정으로 가득차 있다. 바르샤바 심포니 특유의 슬라브적 에너지까지 어우러져 감정 과잉 상태 직전까지 마음껏 낭만적 서정을 펼친다.

격정과 드라마로 가득찬 한편의 오페라를 방불케 한다. 다채로운 선율과 관악기의 울림을 강조한 대하(大河) 드라마를 연출해 지루함과는 거리가 멀다.

음악원에서 작곡.지휘.피아노를 전공한 쿠라는 지휘자로 먼저 데뷔했다. 성악가로 더 유명해졌을 뿐이다. 그의 주무기인 카리스마는 지휘대에서도 진가를 발한다.

그의 원래 희망은 작곡가 겸 지휘자. 성악을 공부하기 시작한 것도 더 좋은 지휘자.작곡가가 되기 위해서였다. 보디 빌더, 전기공, 목수 등 안해 본 일이 없는 그는 한 인터뷰에서 "돈을 위해 노래를 하지만 지휘는 좋아서 한다"고 말했다.

25세 때 아르헨티나의 한 작은 오페라단의 지휘자로 활동했던 그는 공연을 갑자기 취소한 테너 대신 무대에 올라 '토스카'중 '별은 빛나건만'을 불렀다.

객석에 있던 테너 구스타보 로페스(테아트로 콜론의 주역 가수)가 노래를 듣고 그의 스승 호라치오 아마우리에게 쿠라를 소개했다. 아마우리는 "40년에 한번 나올까 말까 하는 목소리"라며 그에게 무료로 레슨해주겠다고 나섰다. 이탈리아에서도 명교수 비토리오 테라노바에게 공짜로 배웠다.

그의 취미는 사진 촬영. 그의 홈페이지(www.josecura.com)에서 그가 찍은 사진을 볼 수 있다. 그의 별명은 '오페라의 레슬러'다. 남성적인 매력이 돋보이는 테너라는 얘기다.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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