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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염색체 일치해도 범인 단정 못 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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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성(性)염색체가 일치하더라도 범인으로 단정하기 어렵다는 판결이 나왔다.

부산고법 제2형사부는 여자 승객을 살해하고 돈을 빼앗은 혐의로 기소된 택시기사 김모(37)씨에 대해 27일 원심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김씨는 지난해 8월 5일 오후 11시50분쯤 경남 거제시 하청면 실전매립지 인근에서 승객 황모(39.여)씨를 흉기로 살해하고 현금 40만원이 든 손가방을 빼앗은 혐의로 구속기소돼 1심에서 무기징역형을 선고받았다.

검찰은 사건 발생 당시 피해자 황씨의 혈흔에서 남자에게만 존재하는 Y염색체를 발견,용의자 480명의 Y염색체와 일일이 대조한 결과 택시기사 김모씨의 염색체와 일치한다는 사실을 다른 정황증거와 함께 증거로 제시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피해자 손톱 혈흔에서 검출된 부(父)계로부터 유전되는 성염색체의 유전자형 11개가 피고인의 타액에서 검출된 것과 일치하지만 이 유전자형은 동일한 부계를 확인하는 의미는 있으나 개인식별력에는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지대운 부장판사는 "성염색체 감식결과는 피고인이 죄를 범했다고 합리적으로 의심할만한 다른 증거가 있을 경우 하나의 보강증거나 정황증거로 삼을 수 있을 뿐 다른 명백한 증거가 없는 상황에서 성염색체 감식결과에만 의존한 범죄 인정은 배제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부산=김관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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