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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미국경제의 고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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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이번의 미국여행을 통해 나는 그 동안 미국경제에 많은 발전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상대적 국력은 18년 전에 비해 크게 약화되었음을 발견할 수 있었다.
1950년의 미국의 GNP는 세계 전체의 3분의1이었으나 지금은 이것이 5분의 1로 줄어들었으며, 1950년에는 세계 전체의 절반이었던 미국의 금 외화보유고가 오늘날에는 겨우 6%에 불과하다.

<8차선의 자동차 홍수>
이 같은 미국경제의 상대적 위축은 물론 다른 나라들의 경제발전에도 그 원인의 일단이 있으나 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생산성의 저하에 있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미국에서 만난 많은 사람들은 이 같은 생산성의 저하야말로 오늘날 미국경제를 특징지어 추는 미국사회 특유의 구조적 현상이라고 단점하고 있었다.
이들은 생산성 저하가 방만한 경제정책으로 인한 예산 및 자원의 낭비, 그리고 투자를 저해시킨 월남전 이래의 인플레, 재정팽배에 따르는 높은 조세부담, 고금리, 각종 역행적 규제 등에 기인하며 근로의욕과 노동의 질을 떨어뜨린 사회보장에 의한 과잉보호와 노조의 과도한 이기적 행동 등을 그 요인으로 열거하였다.
미국사람들의 낭비현상은 미국 내 첫 기착지인 샌프란시스코에서 8차선의 넓은 고속도로를 가득 메우는 자동차의 홍수현상을 보고 단적으로 실감할 수 있었다. 설명을 들어보니 미국의 인구는 2억 4천만 명인데 자동차는 1억대라 한다. 이 많은 자동차에 한사람씩 타고 다닌다는 것은 낭비라는 생각이 들었다.
미국경제를 좀먹는 생산성 저하현상은 특히 철강·자동차·전자 등 전략산업분야에서 매우 심각한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 이에 대해 워싱턴에서 만난 전미 제조업자 협회의「폭스」부회장은『미국의 철강산업은 사실상 회생이 불가능한 지경에 이르렀고 자동차 산업은 아직 기회는 있지만 과연 자력갱생이 가능할지는 의심스럽다』는 극단적 비관론을 펴고 있었고 시티뱅크의「리스턴」회장도『향후 50년 후를 내다볼 때 미국의 전략산업은 철강·자동차등 성숙산업분야에서의 우위견지보다는 컴퓨터·반도체·생명공학 등 첨단기술분야에서의 우위확보에 중점을 두어야한다』고 역설하고 있었다.

<뒷전에 밀린 기술혁신>
「리스턴」회장은『미국이 성숙산업 기술분야에서의 비교우위유지에 연연한다면 그것은 자원과 시문의 낭비만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하고 있었는데 아모코의「스웨링겐」회장은「카터」행정부가 2년 전에 크라이슬러 자동차회사에 거액의 금융지원을 제공한 것은 적자생존의 원칙을 어기고 기업체질의 약화를 초래한 실책이었다고 지적하고 있었다.
미국경제의 생산성 저하로 인하여 최근 빚어지고 있는 심각한 양상의 하나가 곧 미·일 무역 마찰이다. 근래 특히 철강·자동차 산업과 가전제품 등 일부 특정산업분야에서 급속한 발전을 이룩한 일본은 드디어 이들 산업분야에서 기술의 원조국인 미국을 앞지르는데 성공하고 있다. 일본은 이들 분야에서 오히려 미국을 능가하는 인기상품을 개발하여 미국시장을 침투해 들어감으로써 양국간에 심각한 무역불균형을 초래하여 양국관계에 긴장을 조성하고 있는 것이다.
앞에서 여러 가지 요인이 지적되었지만 최근의 미국경제는 독점금지법, 직업안정보호법, 균형보호법, 환경보존법 등 주로 경제외적 요인에 의해 부가가치가 높고 국제경쟁력이 우수한 전략산업들의 시설투자 위축, 연구개발비의 삭감 등으로 그 발전이 억제되어왔다.
가령 미국의 철강공장들은 대부분 내륙지방에 위치, 수송 코스트가 높기 때문에 기업체질의 개선을 위해서는 공장을 해안지방으로 옮겨야하나 철강산업을 공해사업으로 간주하는 환경론자들의 반대 등 시대에 뒤떨어진 사고방식 때문에 공장이전이 불가능해짐에 따라 기업 측에서는 노후시설의 대체를 기피함으로써 철강산업의 사양화를 초래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미국의 철강기업들은 기당 실속평가와 이에 따른 배당 우선 주의에 치중, 매기 말에 배당이 없으면 사장이 책임을 지고 물러나는 단기적 경영체제를 계속함으로써 기술혁신을 게을리 해온 것이 사실이다.
이로 인하여 대다수의 공장시절이 노후화 되어 생산성은 떨어지고 경쟁력은 약화되는 결과가 초래되고 있는 것이다.

<상호주의 입법의 대두>
이에 반하여 일본은 패전이후 미국의 관용으로 국가를 재건했고, 그 뒤에는 수단, 방법을 가림이 없이 미국의 산업기술을 열심히 익히는 한편 기업은 생산 코스트의 절감노력으로, 정부는 기술확보를 위한 자금지원으로 관민이 한 덩어리가 되어 경쟁력이 있는 제품을 만들어내고 판매기술도 끊임없이 발전시켜온 끝에 오늘날에 와서는 철강·자동차·전자 등 몇몇 산업분야에서 미국을 앞지르게된 것이다.
일본측의 입장에서 볼 때는 불가괴한 선택이다. 일본은 인구는 많은데(미국의 절반) 국토는 협소하고 (미국의 24분의1)이렇다 할 자원 또한 없기 때문에 원천적으로 경제적 자립기반이 없는 나라다. 그렇기 때문에 일본으로서는 사람의 노력을 밑천으로 하여 무역을 통해 악착스럽게 생존의 활로를 찾을 수밖에 없음이 자명하다.
여기서 생기고 있는 부작용이 미·일 무역분규인 것이다.
일본과의 무역부균형으로 역서 고통을 겪고있는 유럽의 여러 나라들과 함께 미국은 대일 무역적자 해소 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그러나 일본이 유럽국가들은 몰라도 미국을 무시하고는 살아나갈 수 없다는 사실 역시 자명하다. 왜냐하면 미국은 일본산업에 필수 불가결한 자원과 기술의 최대공급처이며 일본제품의 최대시장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만약 미국이 일본에 대한 자원과 기술의 공급을 끊고 일본제품에 대해 시장을 봉쇄한다면 일본경제는 당장 질식사의 위험에 직면하지 앉을 수 없다. 결국 의회의 심의과정에서 대폭 완화되고 있지만 현재 미 의회에서 심의가 진행되고 있는 이른바「상호주의」입법문제는 바로 이점을 노린 착상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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