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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공,「북괴왕조」싫지만 내색은 안 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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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북경AP=연합】중공은 자신들의 지도자들에 대한「반신」의 지위를 거부하고있음에도 불구하고 김일성이 개인숭배의 대상이 되고 있고 그의 아들 김정일이 사실상의 공산왕조의 명백한 후계자로 간주되고있는 북한에 대해서만은 이를 묵인하는 듯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현재 북한을 방문하는 중공관리들은 차기 북한통치자가 될 김정일을 찬양하는 것이 공식정책처럼 되어있다.
중공지도자들 역시 속으로는 북한의 세습왕조 체제를 싫어하고 있지만 이를 정치적·전략적 필요성에 따라 마지못해 받아들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 서방측 외교관은『중공지도자들이 개인적으로는 북한의 김 왕조를 싫어하며 김정일에게도 전혀 호감을 갖지 않고 있는 것 같다』고 말하고 북한이 중공의 안보에 중요하기 때문에 이를 참고 있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북한은 중·소 관계의 틈바구니에서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게 처신하려고 애쓰고 있으며 따라서 중에 있어서도 어느 한편을 편들지 않으려 하고 있다.
따라서 소련과 중공은 모두 북한에 군사 및 기타원조를 제공하고있다.
북한에서『위대한 어버이수령』으로 떠받들어지고있는 김일성이 금년 늦여름 또는 가을에 중공을 방문할지도 모른다고 외교소식통들은 전하고있다.
이에 대해 중공 외무성 대변인은 논평을 거부하고있다.
중공 당 주석 호요방이 지난 4월 거국적인 김일성 생일잔치가 있기에 앞서 평양을 비밀방문 했다는 보도가 한때 나돌았다. 중공 외무성은 이에 대해서도 논평을 하지 않았다.
현재 북경과 평양간에는 양국의 당·정 및 무역·언론·실업계 대표단이 줄을 이어 오가고 있다. 관측통들은 중공 지도자들이 최근 평양을 방문했을 때 김일성의 북경방문 길을 터놓고 또 북경에 대해 미-중공의 전략적 관계가 북한에 반드시 불이익이 되는 것만은 아니라는 점을 다짐해 두었을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중공국방상 경표(경표)가 최근 북한을 방문, 비무장지대(DMZ)를 둘러보고 미군의 한반도철수를 요구했다.
중공수상 조자양 역시 6개월 전 북괴에 들러 똑같은 요구를 하면서 미군의 한국주둔이 동북아시아에 불안의 요인이 되고있다고 비난했다.
중공은 그러나 이같이 한국과 주한미군을 싸잡아 비난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미군의 주둔이 동북아의 안정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간주하고 있다.
그런데도 중공은 공개적으로는 반미구호를 계속 외쳐대고·있으며 최근에 와서는 그 어조가 한결 날카로워 졌다.
북한은 그 동안 미-중공관계 정상화가 평양과 워싱턴간의 관계를 개선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해 왔는데 이제는 대만문제를 둘러싼 미-중공간의 타협움직임이 한우도 문제타협의 조짐도 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는 것 같다.
중공이 북한의 권력세습을 묵인하고 있다는 사실은 지극히 중요하다고 여겨진다.
소련은 북괴의 공산왕조가 이루어질 조짐에·경악을 표시하면서 대북괴 관계증진에 별 신경을 쓰지 않고 있다..
그러나 군사 및 기타원조만은 중공과 거의 비슷한 수준으로 북괴에 제공하고있다.
중공은 북괴의 세습왕조를 묵인함으로써 김정일로 하여금 앞으로 소련에 눈을 들리지 못하도록 미리 묶어두려는 것 같다.
김정일은 본래 시베리아 태생으로 소년기에 그곳에서 교육을 받고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동독에서 2년 동안 조종사 교육을 받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중공은 최근에 와서 모택동 주석에 대한 개인 숭배를 배격하고있지만 개인숭배의 전력을 가진 나라였다.
중공지도자들은 이제 와서야 모택동도 인간이며 따라서 중대한 오류를 범할 수도 있는 인물이라고 말하고있다.
북한지도층은 중공의 개인숭배 배격과 모의 후계자인 화국봉의 당 주석직 박탈 등 중공 안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련의 정치적 갈등에 크게 당황하는 빛을 보이고있다.
김일성에 대한 요란한 숭배, 방방곡곡에 널려있는 그의 사진, 그리고 초인으로서의 그의 업적보고 등은 극성스러웠을 때의 모의 신격화 운동을 방불케 하는 것이다.
미확인 보도들은 북한이 김정일에 반대하고 일부 군장성들에 대한 숙청을 단행하기 시작하자 이들이 중공으로 망명했다고 전하고있다.
그러나 중공 외교부는 그와 같은 보도를 완강히 부인했다. 외교소식통들도 중공이 북한과의 관계에 값비싼 대가를 치르면서까지 북한의 망명자들을 받아들일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중공은 북괴와의 무역·군사지원 문제들을 타결 지은 것 같다. 중공은 북한과 맺은 연간 1백만t의 석유공급협정을 이행하는 한편 소련의 미그-21 전투기와 성능이 비슷한 중공제 A-5 제트전투기를 판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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