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씨가 요구해 5년 전 문건 건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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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기부의 불법 도청을 전담한 '미림'의 팀장이었던 공운영씨가 26일 불법 도청 테이프의 유출 과정을 밝히는 글을 공개했다.

공씨는 이날 오후 5시쯤 자신의 집인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W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딸(29)을 통해 A4용지 13장 분량의 '자술서'라는 글을 기자들에게 전달했다.

공씨는 이 문건에서 "(안기부에서) 같이 직권면직 당한 A씨로부터 소개받은 재미동포 박인회씨가 삼성 측에 사업을 협조받을 일이 있으니 보관 중인 문건 중 삼성과 관련 있는 것을 활용하겠다고 해 5년 전 문건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수개월 뒤 국정원 후배를 통해 박씨가 삼성 측을 협박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놀라 여비와 미국행 항공권을 주고 박씨를 미국으로 보내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공씨는 "최근 A씨로부터 박씨의 아들이 찾아왔으며, 'MBC 기자라면서 만나자고 해 쫓아 버렸다'는 말을 듣고 박씨가 또다시 문제를 촉발시키려는 것을 감지했다"고 썼다.

도청 테이프를 보관하게 된 경위와 관련, 공씨는 "언젠가 도태(퇴직)될지 모른다는 생각에 대비해 200여 개의 테이프와 문건을 은밀하게 보관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임장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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