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쩍 가을 탄다고요? 폐경 증상 의심해 보세요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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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되면서부터 우울한 기분이 자주 들어요. 별 일도 아닌데 화가 치밀어 오르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남편이나 애들도 눈치를 보는 것 같고, 밤에도 통 못 자다 보니 점점 더 심해지는 것 같아요.”갱년기를 앓고 있는 김연숙(53·여)씨의 하소연이다.

여성은 50세를 전후로 건강 분수령인 사추기(思秋期)를 맞는다. 사춘기처럼 신체·정신·환경적 변화가 한꺼번에 몰려온다. 건국대병원 산부인과 이지영 교수는 "여성은 40·50대를 지나면서 여성호르몬 분비가 줄어드는 갱년기를 겪는다"고 말했다. 갱년기는 초경·출산과 함께 여성에게는 가장 힘든 시기 중 하나다. 갱년기는 조용히 삶을 갉아먹는 ‘소리없는 도둑’이다. 갑자기 얼굴이 달아오르고 땀을 줄줄 흘리거나 밤에 열이 나 잠을 설친다. 신경이 예민해져 사소한 일에도 짜증을 내고 기억력·집중력도 떨어진다.

가장 큰 원인은 폐경이다. 대한폐경학회에 따르면 우리나라 여성은 평균 49.7세에 폐경한다. 대략 50세 전후로 대부분이 폐경에 이른다. 여성호르몬이 줄면서 다양한 갱년기 증상이 나타난다. 여성은 이 시점을 기점으로 건강 관리에 취약해진다.

갱년기 초기에는 얼굴이 화끈거리는 안면홍조, 추위를 느끼다 갑자기 땀을 흘리는 발한이 나타난다. 가슴 두근거림도 있다. 우울증·무력감·불면증 같은 증상도 나타난다. 중기에는 질 건조증으로 부부관계가 불편하고, 요실금 같은 비뇨기계 문제가 발생한다. 우울·불안·초초 같은 정서 변화도 겪는다. 후기에는 여성호르몬 부족으로 뼈가 약해져 근골격계 통증과 골다공증이 온다. 작은 충격에도 골절 등으로 고생하기 쉽다. 이런 증상을 통틀어‘여성 갱년기 장애’라고 한다.

대한폐경학회에 따르면 우리나라 50대 여성 중 약 89%가 갱년기 증상을 겪는다. 폐경 나이를 50세로 볼 때 현재 국내 여성의 29.5%가 폐경이다. 2020년에는 38%, 2030년에는 43%가 될 전망이다. 갱년기 증상은 여성에 따라 기간이 각양각색이다. 짧게는 1년 정도에서 10년까지 지속하는 경우도 있다.

문제는 갱년기 여성 대부분이 적절한 치료를 받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우리나라 여성의 평균수명은 83세. 갱년기 이후의 삶이 인생의 30%를 차지한다. 이 교수는 “갱년기 증상을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중년 이후 삶의 질이 달라진다”고 말했다.

실제 노년기 건강상태는 중장년기 생활습관과 밀접하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미국 한 연구팀은 흡연·비만·운동 등으로 건강상태 위험도를 평가하는 방식으로 40대 건강상태가 70대 신체장애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했다. 그 결과 담배를 피우는 등 건강상태 고위험군은 그렇지 않은 군에 비해 신체장애가 5년정도 빨리 나타났으며, 장애 정도 역시 더 심각했다.

갱년기 증상은 호르몬 요법으로 치료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최근에는 선택적으로 여성호르몬을 자극해 부작용 위험을 줄인 갱년기 호르몬 치료법(TSEC)이 나왔다. 자궁내막 증식을 억제하기 위해 프로게스테론 대신 바제독시펜을 활용해 갱년기 증상을 조절한다. 유방·자궁 등을 자극하지 않은 새로운 형태의 호르몬 치료법인 셈이다.

인제대학교 상계백병원 산부인과 최훈 교수는 "TSEC 호르몬 요법은 기존 호르몬 병합요법보다 부작용 가능성을 줄이고 골다공증 등 폐경 증상을 예방한는데 효과적"이라며 "폐경 증상이 나타났다면 막연히 참기보다는 적절히 치료를 받으면서 폐경 이후 건강한 삶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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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선미 기자 byjun3005@joongang.co.kr <저작권자 ⓒ 중앙일보헬스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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