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공산화 7년…이름조차「호지명」시|가난에 찌든「사이공」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월남이 공산화 된지 7년I.지금은 호치민(호지명)시로 이름을 바꾼 옛 사이공은 어떻게 변했을까. 다음은 아시안 월스트리트저널지와 뉴스위크지 등 서방미디어가 전하는 오늘의 사이공 현실이다.
월남의 옛 수도 호지명 시(사이공)는 아직도 혼미의 도시다.
자본주의적 요소가 곳곳에 여전히 남아 있는가 하면 부정부패가 만연돼있고 정부가 주도하는 개혁정책은 부작용을 남기기 일쑤다.
가장 심각한 것은 헤어날 길 없는 경제파탄이다. 3백50만 시민 중 거의 반수가 실업자이며 일자리를 갖고 있다 해도 수입과 물가의 차이가 너무 커 먹고살기가 여간 힘들지 않다.
닭고기 1㎏에 38동 (약3천1백50원) , 쇠고기나 돼지고기는 g당 60동 (약4천9백50원) , 심지어 비누 한 장에 30동(약2천4백75원)이라는 어마어마한 물가다.
이에 비해 정부기관 고용원들의 월급은 평균1백 동 (약8천2백원) 정도다.
이러한 저임금과 고 물가에 시달리는 호치민시에서 암시장이 번성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번화가의 상점에는 골동품과 잡동사니가 가득하고 물건을 잘 모르는 사람이 찾아오면 바가지를 씌우기 일쑤다.
외국방문객들에게는 유객 꾼 들이 달라붙어 여자를 사라고 졸라댄다.
이들은 공정환율의 4배나주고 방문객들의 외화를 사들이기도 한다. 가치 없는 월남돈 보다 달러 등 외화를 갖고 있는 게 훨씬 유리하기 때문이다.
호치민시의 암시장에 범람하고있는 물건은 여러 경로를 통해 외국으로부터 들어온다. 값진 물건들은 정부직영의 외국인전용상점으로부터 유출된 것이며 그밖에 식료품이나 옷가지 같은 것은 캄보디아 등 육로로 밀수해오거나 항구에 들어온 선박에서 좀도둑질한 것이 대부분이다.
정부 당국은 국민들이 생필품 부족으로 시달리고있는 점을 감안, 해외친지나 친척으로부터의 선물을 받는 것을 허용한다.
그리고 이러한 물품들이 암시장에서 다시 팔리는 것도 막지 않는다.
암루트 를 통해 시장으로 흘러 들어오는 회화는 엄청나 연간 1억 달러(7백50억윈) 에 이른다는 비공식 통계다.
당국은 최근 외국인에게 외국인 전용상점이나 호텔에서 현금 외자대신 국내 여행자 수표인「교환증」을 발행, 외화흡수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러한 각종조치에도 불구하고 공산치하의 남부베트남은 공산정권이 약속한「정의롭고 공정한 사회」와는 아직도 거리가 멀다.
큼직한 감투는 정복자인 북부베트남 사람들이 독점해 남부베트남사람들의 불만은 날이 갈수록 높다.
개인의 자유도 크게 줄어 여행할 때마다 당국의 허가가 필요하며 심지어 친구 집에서 잠을 잘 때도 허가를 받아야 한다. 외국인과 만난다해도 말을 삼가야한다.
남부베트남사람들은 그 동안 자본주의에 젖어왔다고 해서 걸핏하면 재교육이란 명목으로 끌려가는 것이 또 다른 불만의 요인이다.
여기에 부패 또한 월남전당시「디옘」이나「티우」정권 때와 다를 바 없다.
2천∼4천 동 (16만5천∼33만원) 을 들여 의사의 진단서를 제출하면 군입대가 면제되고 한가족 당 1천∼2천 동(8만2천5백∼척만5천원)의 뇌물을 쓰면 간단히 여권을 얻어 합법적으로 출국이 가능하다.
음식점과 상점들이 경찰에 뇌물을 바치는가 하면 심지어 불법 해외출국 기도혐의로 체포된 사람들이 돈올 내고 석방된 사례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상한 것은 국민들이 하노이의 고위지도자들은 탓하지 않고 중간 관로층 만을 규탄한다는 사실이다.
흐치민 시의 또 하나의 골칫거리는 미국계 혼혈아들이 빚는 사회문제다.
미국인여행자가 나타나면 우루루 몰려들어 미 군복을 입고 찍은 아버지의 사진을 내보이면서「아버지의 나라」미국으로 데려가 달라고 애원한다.
「구엔·코·타치」베트남외상은 최근 이들 혼혈아들을 미국이 받아들이겠다면 아무 조건 없이 보내겠다고 밝힌바 있다.
하노이당국은 호지민 시가 이처럼 혼란에서 벗어나지 못하자 보다 장기적인 개혁으로 정책을 바꿨다. 눈앞의 실책보다는 내일의 안정을 위한 긴 안목으로 대처하겠다는 것이다.
한 정부관리는 말한다.
『이러한 혼란은 일시적인 현상이다. 우리정부의제1의 목표는 사회주의건설과 사회주의정신의 배양에 있다』라고.

<정봉환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