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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기고

우주 개발은 예산 낭비 아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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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우리나라는 우주개발을 위해 연간 3000억원 이상의 예산을 투자한다. 연간 20조원의 우주개발 예산을 투자하는 미국이나 3조원을 투자하는 일본과는 비교도 안 되지만, 10여 년의 짧은 우주개발 역사를 감안하면 엄청난 투자인 셈이다. 과학기술 연구개발 사업 중에서 예산의 투자 증가가 가장 가파른 사업이 우주개발이다. 그래서 다른 분야의 과학기술 연구자들은 우주분야를 "공공의 적"이라고 볼멘소리다.

우주에 대한 일반 국민의 지식은 아주 단편적이다. 우리나라와 같이 작은 나라에서 많은 돈을 우주개발 사업에 투자할 필요가 있느냐고 묻는 사람도 많다. 그러나 우주는 이제 국가 전략적으로도, 국제사회에서의 위상 측면에서도 무관심하게만 지나칠 수 없다. 우주개발의 특성은 천문학적인 비용이 든다는 것과 발사 및 운영 중에 실패 위험성이 높다는 것이다. 또 산업적 측면에서 투자 대비 자본의 회수기간이 엄청 길다. 따라서 4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우주 선진국에서도 우주개발 투자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다. 그러나 이러한 논란에도 불구하고 일본 정부는 최근 21세기 일본을 먹여 살릴 '꿈의 10대 기술'에 우주개발 사업을 세 개나 포함시켰다. 중장기적으로는 우주개발 사업이 국가전략 사업으로서뿐만 아니라 경제성 측면에서도 충분한 승산이 있다는 의미다.

이제 우리도 경제 능력에 부합하면서도 효과적인 우주개발 방법이 무엇인지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우선 국가 예산의 효율적 투자 측면에서 저비용의 소형 위성 위주의 개발이 필요하다. 우주 강국 중의 하나인 이스라엘은 저비용의 우주개발을 수행하는 모델 국가라 할 수 있다. 저궤도 소형 위성 발사체인 '셰빗'을 개발해 모든 국가 소요의 위성을 이 무게 및 크기 등의 제한조건에 맞추어 개발함으로써 개발비용을 최소화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개발하고 있는 위성들은 통상 2000억~3000억원의 예산이 필요한 바 소형 위성 개발의 세계적인 추세에 발맞춰 저비용의 소형 위성 개발로 임무를 만족시킬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최근의 전자소자 기술은 소형화, 신뢰성 및 성능 측면에서 비약적인 발전을 해 왔다. 현재는 저가의 상용 부품을 사용해도 극악한 우주환경에서 3~4년 견딜 수 있는 소자들이 많이 나와 있다.

우리나라 위성개발의 핵심 문제는 한번 위성을 개발하면 다음 위성은 무조건 성능이 대폭 향상돼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있다. 예를 들어 저해상도 위성에서 해상력을 높이는 것은 쉽지만, 고정밀위성에서 해상도를 더욱 높이는 것은 기술적으로 아주 어려운 일이다. 우리로서는 어느 정도의 요구조건을 만족시키는 성능의 위성을 개발하거나 해외에서 기술을 도입하면 이러한 기술을 검증하고 산업화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도록 유사한 수준의 개발을 통해 우리의 기술로 자립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또한 현재 진행 중인 국책연구소 중심의 우주개발은 중장기적으로는 비용 측면에서나 산업의 파급효과 측면에서 긍정적인 면보다는 부정적인 요소가 더 많을 수 있다.

또 한 가지 문제는 선택과 집중을 통한 우주 시스템의 개발이다. 양적 팽창만이 최선책이 아닌 만큼 백화점식의 임무개발은 지양하고 우리의 강점을 최적화할 수 있는 개발방식과 우주분야의 틈새시장을 공략할 수 있는 전략이 필요하다. 그리고 우주개발 사업은 임무 중심의 시스템 개발도 중요하지만 우주 인프라 구축을 위한 우주 기반기술의 확충, 국제우주정거장과 같은 국제협력 사업 참여, 우주과학의 연구를 통한 기술 축적 등을 병행함으로써 선택과 집중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를 통해 우주개발이 국민의 삶의 질을 증진하고 아울러 산업화에도 일조할 수 있다.

장영근 한국항공대 항공우주기계공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