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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일터 찾은 3033명, 빚 털고 빛 봤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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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학습지 회사 지점장이었던 김모(34)씨는 지난해 불황으로 6년간 운영했던 회사 문을 닫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빚 5000만원에 대한 연체 통보를 제때 받지 못해 갑작스레 연체자(옛 신용불량자)가 됐다.

한동안 시련을 겪고 난 뒤 직장을 구해 보려 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취업조차 제한하는 연체자의 굴레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에겐 좌절할 여유조차 그리 많지 않았다.

"애가 둘인데 여섯 살배기 큰 애가 어느 날 자기 친구들은 다 유치원 가는데 왜 자기는 안 가느냐고 묻더라고요. 순간 망치로 머리를 맞은 듯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공사판에서 막노동도 했고 가구점에서 가구도 날랐어요. 겨울엔 스키강사까지 안 해 본 게 없었죠."

어려움을 겪던 김씨는 올해 신용회복위원회 취업안내센터를 찾았고 직업상담사와 함께 열심히 일자리를 찾은 끝에 지난달 물류회사에 취업했다. 그는 "월 170만원을 벌어 30만원씩 빚을 갚고 있다"고 말했다.

어엿한 시멘트 회사 사장이었던 윤모(57)씨도 신용회복위원회 취업안내센터를 통해 재기했다. 에너지관리공단에서 리서치 업무를 하고 있는 그는 "나이가 많아 비정규직으로 일하고 있지만 경제적으로 자립할 수 있게 된 것은 기적"이라고 말했다.

◆ 어떻게 지원하나=신용회복위원회는 총 채무액이 5억원 이하인 연체자를 대상으로 이자율 조정과 채무 감면, 최장 8년간 분할 상환하는 방법으로 채무상환을 지원한다. 신용회복 지원 대상이 되려면 최저생계비 이상의 소득이 있어야 한다. 이에 따라 신용회복위원회는 지난해 1월 취업안내센터를 통해 경제활동 재기의 발판이 되는 연체자의 취업 상담과 알선에 들어갔다.

취업안내센터는 ▶신원보증 지원▶자체 취업지원(경기도 사업)▶중소기업청 청년패키지사업 등을 통해 연체자들의 취업을 지원한다. 6월 말까지 취업을 알선해 준 사람은 모두 3033명. 연체자가 취업할 때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은 신원보증이다. 지난해 4월부터 서울보증보험의 지원을 통해 신용회복지원이 진행되고 있는 연체자와 취업안내센터를 통해 추천된 연체자들의 신원보증을 해결했다.

경기도 사업은 경기도 인력난의 해소와 신불자 문제 해결을 목적으로 지방자치단체와 연계돼 진행되는 프로그램이다. 경기도 소재 기업이 연체자를 채용하거나 연체자인 경기도민이 다른 지역 기업에 취업할 경우 채용 장려금으로 6개월간 30만원씩 지급하고 구직자에겐 같은 기간 교통비로 7만5000원을 지급한다. 또 중소기업청과 연계해 진행하는 청년패키지사업은 1~3개월간 직무교육을 통해 인력을 공급하는 프로그램으로 현재 300명이 교육을 받아 120명이 취업에 성공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취업이 되면 곧바로 신용회복 신청과 함께 지원을 받게 된다. 신용회복위원회는 해당 금융기관에 연락해 채무 독촉과 급여 가압류를 중단하도록 한다. 지금까지 취업이 된 3000여 명 중 90%가 이 같은 혜택을 받고 있다.

김진학 취업안내센터 팀장은 "채무 독촉이나 급여 가압류 때문에 퇴직을 하는 연체자가 많은데 이런 경우 신용회복위원회에 연락하면 퇴직을 하지 않고도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 e-메일 지원도 가능=올 3월 마지막으로 집계된 연체자는 약 360만 명으로 이 중 신용회복위원회에 신용 회복을 신청한 사람은 46만여 명(12.5%)에 불과하다. 신용회복위원회는 실직 상태에 있는 젊은 여성이 신원 노출을 염려한다면 홈페이지를 이용하는 방법도 있으며 유선전화와 e-메일 지원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김동호 기자.한다운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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