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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철 전염병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오랜 가뭄으로 농민들의 가슴이 타는 가운데 도시의 고지대 주민들은 극심한 식수난을 겪는가 하면 일부 변두리 지역에서는 벌써 수인성 전염병이 번져 가뭄의 고통을 가중시키고 있다.
해마다 무더운 여름철에는 음식이 쉽게 부패해서 각종 식중독이 빈발하고 콜레라, 장티푸스 등 수인성 전염병도 창궐하게 마련이다. 그 중에서 수인성 전염병은 장마 뒤끝에 식수가 오염되어 발생하는 것이 보통이지만, 금년에는 식수마저 충분히 공급하지 못하는 오랜 가뭄으로 우물물을 먹던 서울 변두리 주민들이 집단으로 발병, 그중 한 명이 숨졌다.
구미 선진국에서 수인성 전염병이 추방된 지는 오래된다. 철저한 방역 활동과 거의 1백%에 이르는 상수도 보급률 그리고 의학의 발달 등으로 이른바 법정 전염병의 패턴 자체에 큰 변화가 생긴 터다.
물론 우리 나라도 방역체계의 발달로 각종 전염병 및 그로 인한 치사율이 현저히 줄어들기는 했다. 가령 뇌염만 해도 한해 몇 백 명의 사망자를 내던 것이 10명 안팎으로 줄어들었고 콜레라, 장티푸스의 발병률도 금석지감이 들만큼 격감한 것은 사실이다. 해방직후인 46년에 1만 명 이상의 목숨을 앗아갔던 콜레라만 해도 일찍 발견해서 치료만 하면 1백% 완치시킬 만큼 우리의 의료 기술은 발달했다.
그러나 선진국에서는 오래 전에 추방한 수인성 전염병으로 연례 행사처럼 고통을 겪고 있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수인성 전염병을 근본적으로 예방하는 길은 상수도 보급률을 높이고 고지대에 살건 저지대에 살건 인체에 해를 주지 않는 깨끗한 물을 공급하는 일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우리 나라의 상수도 보급률은 꾸준히 높아져 79년 들어 53%를 기록했다. 거의 1백%에 가까운 미국이나 영국은 물론 일본의 88·6%(77년)에 비해서 크게 뒤떨어진 것이긴 해도 해마다 개선되고는 있다. 우물에만 식수를 의존하던 일부 산간마을에 수돗물이 콸콸 쏟아지게 된지도 오래 된다.
수인성 전염병 예방을 위해 상수도 보급률을 높이는 일 못지 않게 중요한 일은 모든 국민들의 위생관념을 향상시키는 일이다.
서울 수서마을에서 발생한 전염병이 장티푸스인지의 여부는 좀더 두고 보아야 알게 되겠지만 『물을 반드시 끓여서 마시면 수인성 전염병에는 걸리지 않는다』는 기초적인 상식을 소홀히 해서 당한 화라는 점에서 우리의 안타까움은 크다.
가뭄이 당분간 계속 될 것이라는 기상대의 예보고 보면 가뭄을 극복하려는 농민들의 노력 못지 않게 도시민들도 농민이나, 식수조차 없어 고통을 겪는 변두리 주민들을 생각해서 한 방울의 물이라도 아끼는 습관을 길러야겠다.
산업화에 따른 공업용수의 수요 급증과 인구의 도시집중으로 인해 물을 「물 쓰듯」 하던 시절은 옛날 얘기가 되어 가고 있다.
물을 아껴 쓰고 마시는 관행과 함께 모든 시민들이 꼭 지켜야 할 일은 물을 끓여서 마시는 일이다. 수인성 전염병의 병원균은 모두 열에 약하기 때문에 음식물을 위생적으로 관리하고 손을 자주 씻으면 걸릴 염려가 없는 병이다.
우리 나라의 기상 조건으로 보아 가뭄이 계속된 뒤에는 으레 몇 차례의 장마가 질 것은 뻔하다.
날씨가 가물 때보다 장마가 진 다음에 번지는 수인성 전염병이 더 무섭다.
설혹 걸렸다 해도 조기에 발견하면 대부분 나을 수도 있는 것이 수인성 전염병이기는 하지만 처음부터 병에 걸리지 않는 것보다 좋은 일은 없다.
기상조건이 나빠 국민들의 생활에 시련을 주면 줄수록 이를 현명하게 극복, 한여름을 다같이 건강하게 보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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