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도 북한 에너지 지원 준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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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핵문제의 핵심적인 사안을 집중 논의해야 한다."

26일 베이징(北京)에서 열리는 4차 6자회담의 러시아 측 차석대표인 알렉산드르 티모닌(사진) 외무부 아주1국 부국장이 22일 본지와 인터뷰에서 러시아의 입장을 밝혔다. 인터뷰는 모스크바 시내 외무부 건물에서 1시간 동안 이루어졌다.

티모닌 차석대표는 "이번 회담이 성공하려면 일본인 납치문제, 북한 인권문제, 한반도 군축문제 등 핵문제와 직접 관련이 없는 사안들을 가급적 피하고 회담의 핵심 의제를 집중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티모닌 대표는 "일본인 납치문제는 북한과 일본이 양자협상을 통해 해결해야 하며, 북한 인권문제나 한반도 군축문제도 회담의 틀을 벗어나는 이슈"라고 말했다.

티모닌 대표는 "협상 참가국들의 문제 해결 의지가 어느 때보다 강해 이번 회담에서 어느 정도 성과와 합의가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는 그러나 어느 정도의 성과를 성공으로 볼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참가국들이 한반도 비핵화라는 기본원칙에 합의하고 이를 반영하는 공동문서를 채택하면 성공"이라며 다소 조심스러운 입장을 내비쳤다.

티모닌 대표는 북한의 핵 포기 선언에 대한 반대급부와 관련, "북한을 제외한 협상 참가국들이 공동으로 보상 책임을 분담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러시아는 한국 측의 대북 전력 공급 제안을 적절하고 중요한 것으로 생각한다"며 "러시아도 북한에 대한 에너지 지원 등 나름의 역할을 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티모닌 대표는 이어 "최악의 경우 이번 회담에서 구체적 성과가 나오지 않더라도 인내를 갖고 6자회담의 틀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며 "북핵문제를 유엔 안보리에 회부하는 등의 방안은 시기상조라고 본다"고 지적했다. 알렉산드르 알렉세예프 수석대표(외무 차관)를 포함, 모두 10명으로 구성된 러시아 대표단은 24일 베이징으로 출발할 예정이다.

모스크바=유철종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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