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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 광장… 귀까지 즐거운 피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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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세계 음악의 수도'라고 불리는 오스트리아 빈. 이곳의 음악 열기는 콘서트홀.오페라하우스가 문을 닫는 여름철에도 식지 않는다. 7월 2일부터 9월 4일까지 빈 시청앞 광장이 대형 야외 공연장으로 탈바꿈하기 때문이다. 올해로 15년째를 맞는'필름 페스티벌'얘기다. 오페라.콘서트 실황을 초대형 스크린으로 감상하는 무료 영상 음악제다.

17일 저녁 빈 시청앞 광장(사진)은 티셔츠에 반바지 차림의 시민과 관광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영상 음악회는 일몰(오후 9시30분) 직후 시작됐다. 이날 프로그램은 푸치니의 '자니 스키키'와 라벨의'스페인의 시간'등 단막 오페라 2편. 지난해 오자와 세이지가 지휘한 파리 오페라 공연 실황이었다. 시중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DVD를 틀어주는 게 아니다. 자막 처리도 하지 않은 필름 상태의 최근 공연물로,음악 전문 케이블에서나 가끔 방영하는 실황이다. 올해 필름 페스티벌은 미국.프랑스.러시아.영국 등 제2차 세계대전 연합군 참가국 것을 골랐다. 오페라나 교향악 연주가 대부분이지만 뮤지컬.재즈도 있다.

금강산도 식후경. 일찌감치 시청앞으로 모여든 시민들은 파라솔이 빼곡 들어찬 광장 입구의 푸드 코트에서 허기부터 달랬다. 한낮의 더위를 피해 저녁에 산책을 나온 사람들이 이곳에서 만나 대화를 꽃피운다. 맥주.와인 판매 코너는 기본이고 매일 저녁 세계 각국의 요리를 번갈아가면서 즐길 수 있도록 프랑스.페르시아.이탈리아.칠레.스페인.크로아티아.그리스.중국.일본 요리 전문 식당이 특별 코너를 마련했다. 푸드 코트는 오전 11시부터 자정까지 문을 연다.

필름 페스티벌은 9월 4일 2004년 베를린 필하모닉의 송년 갈라 콘서트 실황으로 피날레 무대를 장식한다. 사이먼 래틀이 지휘한 칼 오르프의 '카르미나 부라나'다. 축제 기간 중 오후 7시30분부터는 대형 스피커로 최근 출시된 클래식 CD를 틀어주며 매주 일요일 정오부터 오후 2시까지 재즈 라이브 공연도 열린다.

빈 시청앞 광장은 연중 시민들의 문화 쉼터로 자리잡았다. 겨울철에는 스케이트장으로, 크리스마스 시즌에는 선물 가게들이 즐비한 장터로 변모한다. 오페라하우스.콘서트홀이 모두 문을 닫고 쉬는 성탄절 전야에는 크리스마스 갈라 콘서트가 열리기도 한다.

빈=이장직 음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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