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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순’의 세상과 현실은 정반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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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배국남 대중문화전문기자] 김삼순, 나이 30세, 학력 고졸, 직업 과자를 굽고 케잌을 만드는 파티셰, 통통한 외모의 편모슬하의 셋째딸. MBC 수목 드라마 ‘내이름은 김삼순’의 주인공의 김삼순의 대략적인 약력이다. 삼순이 신드롬의 열기가 열대야의 짜증마저 날려버린 21일 밤이 지나고 22일 아침 포털 뉴스란에는 ‘내이름은 김삼순’에 관한 기사들이 쏟아져 나왔다. ‘미적 기준마저 바꿔놓았다’는 과장섞인 기사마저 나오는 가운데 차가운 현실, 아니 삼순이의 세상은 현실과 정반대라는 냉혹함을 직시케하는 기사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중앙일보 22일자 1면에 실린 ‘만남서 결혼까지 가장 따지는 건 학력, 돈, 용모 순’이라는 기사다. 브라운관에서 펼쳐진 세상과 현실은 정반대라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드라마속에서 잠시나마 꿈꿨던 환타지적 세상이 차가운 현실을 적시하는 기사 앞에 무참히 깨지는 순간이다. ‘만남서 결혼까지’의 기사는 연세대 사회학과 김용학교수가 결혼정보회사 선우회원 1만7206명(남성 8154명, 여성 9052명)의 정보를 분석한 ‘애정과 결혼의 사회적 관계망’이라는 연구로 골자는 자신보다 학력이 떨어지는 배우자감은 아예 만남 자체를 기피해 고학력-고학력 커플, 저학력-저학력 커플의 양극화현상이 심화하고 여자의 얼굴이 예쁘면 고액 연봉의 남자를 만날 수 있다는 것을 통계로 입증한 것이다. 한 마디로 고졸학력의 포동포동해도 사랑받는 삼순이는 브라운관에서만 존재할 뿐 현실속에서는 찾기 힘들다는 것이다. 이같은 외형적 조건의 삼순이 잘생기고 대졸학력의 호텔 오너 사장 아들이자 대형 레스토랑 운영으로 많은 돈을 버는 진헌(현빈)을 현실 속에서는 만날 확률이 거의 없다는 냉정한 통계다. 이같은 현실의 풍경은 부인하고 싶지만 사실이다. 김삼순 신드롬은 바로 이같은 학력과 돈, 용모가 지배하는 남녀관계의 현실에 대한 반발과 조건이 아닌 사랑이 남녀 관계를 형성하는 결정적 요인이 되기 바라는, 아니 외형적으로 못났어도 사랑만 있다면 잘난 사람만날 수 있다는 판타지적 욕망이 부른 결과의 다름 아닐 것이다. 가난한 고졸 학력의 통통한 외모를 지닌 우리의 삼순이들을 별볼 일 없는 아니 실패자로 규정지으려는 현실속 차가운 논리 그리고 그러한 논리로 무장한 사람들의 급증과 대세화에 맞서 가식도, 위장도 없이 스스로의 현존재를 인정하고 낙관과 당당함으로 맞서는 삼순이를 보고 싶어한 것이다. 삼순이를 자신으로 환치시키고 싶은 욕망이 바로 삼순이 신드롬을 만들었을 것이다. 왜냐하면 삼순이는 사랑이라는 인간의 진정한 가치를 무력화시키고 모든 것을 학력, 돈, 외모로 서열화시켜 많은 사람들을 좌절케하는 이 시대의 일그러진 현실에 대한 자그마한 모반이자 좌절 권하는 시대를 살아가는 이땅의 삼순이들에게 브라운관 세상에서나만 인간적 희망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삼순이가 브라운관속 세상을 빠져나와 현실에서 대세를 이룰 때, 삼순이의 인식이 현실속 주류로 자리잡을 때 학력과 돈, 그리고 외모로 서열화된 현실의 사회는 우리가 바라는 인간적 세상으로 조금은 더 나아갈 것이다. 삼순이는 그걸 드라마는 양식을 통해 전달한 것이다. ['내이름은 김삼순'은 현실에서 사라져가고 있는 가치들을 보여줘 눈길을 끌었다. 사진제공=MBC] 배국남 대중문화전문기자 기사제공: 마이데일리(http://www.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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